"지금 병원·의사협회의 의약분업 반대 주장은 국민건강을 담보로한 집단 이기주의일 뿐입니다. 잘못된 것이 있을 때 누구든 투쟁할 수 있지만, 이번 정당성이 결여된 의사회의 요구는 철회돼야 마땅합니다"

충분한 준비를 통해 시행하자며 지난해 시행기간을 1년 유보하며 기다려왔건만, 이번 병원·의사단체의 집단 반발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 의약분업. 시행 보름여를 앞두고 의사회의 집단행동에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는 "당장 철회하고 의료개혁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가 의약분업 실시와 의료개혁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양건모 노조 의료개혁위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 병원·의사협회의 주장이 무리하다는 이유는 뭔가?

= 의약분업은 무엇보다도 약물오남용을 추방해 국민의 건강권과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려는 의료제도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의사회와 약사회가 시민단체의 중재하에 합의했던 내용이며, 충분한 준비를 통해 1년을 유보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하자는 사회적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의사회는 이같이 대의에는 합의해놓고, 불과 10여일을 남긴 현재 세부사항에 불만족을 표시하며 의약분업안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의사협회는 단 한차례도 환자의 알권리, 병원경영투명성 확보 등 병원·의료개혁에 대해 단 차례도 주장한 바 없다.

- 병원노조는 파업을 하면서 왜 의사회는 안되냐는 극단적인 주장이 있는 것도 같다.

= 잘못된 현실에 대해 누구든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회의 주장은 국민건강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정당성을 상실한 주장이다. 예컨대 의사회가 주장하는 의약품 분류문제, 의임조제, 대체조제 금지 등의 문제는 이미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한편으로 무려 한달에 1천만원이라는 처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의 한달 임금이 얼마인가? 결국은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하라는 얘기인데, 처방료를 인상하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동안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개혁을 꾸준히 요구해왔고, 지금도 병원·의사협회가 진정한 의료개혁을 함께 추진할 준비가 돼있다.

- 현재 국민들은 의약분업을 둘러싼 주장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 의약분업의 핵심은 바로 '국민건강권' 확보 문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의약품 오남용 세계 1위의 국가 아닌가. 또한 의약분업은 약값마진을 둘러싼 병원, 약국, 제약회사, 유통업체의 음성적 의료관행을 투명하게 하고, 의료서비스 전문성과 병·의원의 기능을 특성화하자는 의료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인도, 필리핀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의약분업을 선진 의료개혁의 시발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보건의료노조를 비롯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생각하는 해법은 뭔가?

= 정부는 우선적으로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원노조들의 정당한 파업에는 고소고발, 해고조치 등을 남발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병원·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한마디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얼마전 의사들의 요구에 주사제는 의약분업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대번에 약사계가 반발하고 나서지 않는가. 이렇게 하다보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정부는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 조속히 사태해결에 나서고, 차질없이 7월 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지역의료보험 재정 50% 국고지원, 의료보호 본인 부담금 철폐, 중소병원 지원육성책, 의료의 공공성 확보 등 정부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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