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백헌기(53)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장석춘 위원장 후보와 함께 차기 집행부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후보구도는 장석춘-백헌기 후보로 단일화됐다. 이번 선거는 한국노총 사상 최초로 2천788명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대회로 치러진다. 전임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4배수 이상 많아지면서 과연 과반수 성원을 돌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백 후보는 "현장과 산별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집행부를 힘있게 건설하기 위해 선거인단이 압도적으로 참석한 축제의 마당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함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이 두 번째 사무총장 출마다. 출마하게 된 동기는.

"지난 26년간 노동운동을 해왔다. 노동운동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철저한 분석과 합리적인 토론, 전문화된 지식기반을 바탕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발전하는 노동현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었다. 지난 3년간 한국노총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제 한국노총은 이러한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며, 희망이 가득찬 노동현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 3년8개월간의 이용득 위원장 재임기간을 평가한다면.

"이용득 집행부가 한 일을 꼽아보면 도저히 3년 임기동안 한 것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을 일을 해왔다. 비정규직법, 노사관계 로드맵 등 첨예한 문제에 대한 협상과 투쟁을 주도해, 결국 한국노총 요구대로 마무리됐다. 단위노조 투쟁현장을 빠짐없이 챙겨나갔고, 제각각이던 지역본부와 지역지부 규칙을 통일하고 회의도 정례화시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일들이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라는 한국노총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60년된 조직이지만 이렇다 할 정체성이나 운동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주장하는 한국노총은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중심 역할을 했고, 노사관계를 선진화시키기 위해 노사발전재단을 만들었다. 이번 대선에서 88만 전체 조합원이 참여했던 정책연대를 성공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영구적인 정책연대를 추진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이용득 위원장이 중심에 있었다."

- 차기 집행부의 리더십은 어떤 말로 구체화될 수 있나.

"현장과 함께 하는 통합형 리더십이다. 현 집행부의 운동노선을 확실히 계승할 것이다. 다만 한국노총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분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현장을 바탕으로 조직을 통합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화합형 리더십을 세우고 싶다. 이런 부분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있다."

- 그동안 분열됐었다는 말인가. 화합과 통합이 왜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됐는지.

"이용득 위원장은 3년8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을 이뤄냈다. 그러다보니 산별 대표자들과 어울리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위원장으로서 많은 일들을 해오다보니 내부적인 문제를 못 챙긴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이다."

- 차기 집행부의 공약에 비정규직법 재개정이 우선순위에 들었는데, 비정규직법에 대한 후속대책을 통한 보완이라는 기존 입장의 변화인가.

"비정규직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은 아니다. 노사정위의 비정규대책위원회를 통한 충분한 협의를 전제로, 그 이후에 법개정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고려해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방향은 차별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외주화나 용역화를 억제하면서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정책을 병행하는 것이다. 현 집행부와 다르지 않다. 우선은 현행법을 전면 손대서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보완입법을 통해서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차별시정 청구권을 노조에게 부여하고, 집단적인 계약해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노총 10대 요구안과 함께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답변서에도 포함돼 있다."

사진=정기훈 기자
-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국노총 출신 인사들의 정계진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대와 연관해서 말한다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와 별도로 한국노총 인사들이 가능한 다수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노동운동 발전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경쟁력 있는 한국노총 인사들의 명단을 받아서 4월 총선에서 출마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원하는 정당에 접수시키도록 할 것이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각 정당으로 진출하는 후보들을 한국노총이 대리로 접수하면서 한국노총 후보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공천을 받아 각 지역에서 출마하게 되면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부적으로 얘기되는 것이고 이러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2월에 열릴 중앙정치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 정책연대에 대상이 있음에도 그 대상과 무관하게 정계진출을 하겠다는 것은 정책연대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다. 아직 총선시기 정치방침을 확정했다고 말할 수 없다. 중앙정치위원회를 통해 정책연대 취지를 살려 한나라당으로 진출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안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되리라 본다."

- 인수위 활동을 보면 금산분리, 출총제 폐지 등 친기업적 주장은 넘쳐나는 반면 기간제를 3년으로 늘리고,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예고하는 등 노동의제는 실종되거나 개악되는 듯한 양상인데.

"무엇보다도 정권초기가 중요하다. 노동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최근 당선자나 인수위의 행보를 봤을 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정부의 정책이 편향성을 띨때 올바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정책연대 파트너로서 한국노총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과감히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상 노사관계에 있어서 과거 정권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제 노정간의 문제도 정책연대를 한 한국노총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

- 현 집행부의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회계투명성 제고와 적정예산 운영 등에서 평가를 받아왔다. 이전 활동을 평가하고, 연속선상에서 차기 집행부에서의 역할을 얘기한다면.

"3년 전 사무총장으로 당선됐을 때 역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이했었다. 회계도 형편없었고, 주먹구구식이었다. 사리사욕이 끼어들 틈이 많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외부회계감사제도를 도입했고, 그분들의 조언대로 복식부기를 도입하고 한눈에 자금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회계체계를 전면개편했다. 참여연대·행동하는시민행동·민주노동당 소속 회계사들이 노총 장부를 하나하나 다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정말 깨끗하고 투명한 회계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앞으로 할 일은 노총의 재정기반을 튼튼히 갖추는 것이다.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노총의 운동만큼 재정이 튼튼해야 힘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회계투명성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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