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51)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후보는 '통합형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의 양대축을 형성하는 개혁 대 보수의 대립과 갈등은 그가 전면에 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세력간 절충을 통해 한국노총 위원장 단일후보로 추대된 장 후보에게 '통합'은 그의 모든 활동을 규정하는 상수이자 지상명령이다.

물론 일선 현장에서 일부 산별노조 지도부들이 제기하듯 현 집행부의 공과와 독주에 위기감을 느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래서 장 후보는 통합도 해야 하고, 실력도 검증받아야 한다. 그에겐 3년간 차기정부와 정책연대를 이끌 책임이 있다. 또한 2009년 7월 비정규직 대란과 함께 임기말에 본격화될 노조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를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장 후보는 산별노조 전환 법제화와 비정규직법 재개정, 복수노조 교섭단체 단일화 폐지 등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차기정부가 경제살리기 과정에서 노동배제적인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정책연대는 무산되고 한국노총은 투쟁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개혁과 보수 대립 속에서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로 추대됐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한국노총은 상당히 큰 조직이다. 조직이 큰 만큼 조직 내부의 불신과 반목이 있고 신·구간, 업종간의 시각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것을 현 한국노총 지도부가 아우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용득 위원장께서 한국노총의 정체성과 투쟁성,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한 것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조직에 불신이나 갈등이 혼재돼 있다면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없다. 앞으로 정책연대를 추진함에 있어 단결된 힘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용득 위원장께서 그런 면에서 내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또 반대쪽에서 제기한 한국노총의 통합에 대한 요구도 나에게 모아지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책임감이 있고, 그런 소명을 완수해야 할 사명감이 나에게 있다."

- 이용득 위원장과 만남을 통해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의 계승발전을 약속했다.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은 상당히 파급효과가 컸다. 그러한 노선에 접목해서 현실을 인정하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굳이 좋은데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 색깔만 부각시킨다고 해서 꼭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가 대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하면서 한국노총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는 운동방식은 아니다. 인지도가 낮은 부분은 끌어올리고 좋은 점은 유지발전시키겠다."

- 장 후보를 두고 언론에서 온건보수, 중도실용, 중도개혁 등 제각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념적 정체성을 소개한다면.

"중도개혁이라는 말은 금속노련에서 나온 말이다. 금속연맹 선거를 치르고 연맹을 하나로 추스르는 과정에서 중도개혁이라는 말이 나왔다. 노동조합은 과거처럼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옛날 방식을 고집해서는 국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노동운동의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어떤 언론에서는 이런 나를 두고 보수라고 하는데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한국노총에는 보수와 개혁, 진보성향이 한데 뒤섞여 있다. 이들 모두를 하나로 끌어안는데 내가 적임자이기 때문에 단일후보로 추대된 것이다."

- 중앙무대에 늦게 진출하면서 '대표선수'로서의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의 콘텐츠를 내세울 시기가 짧았다고 본다. 27년간 현장에서 활동했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하나하나씩 단계를 밟아왔기 때문에 블루칼라를 사실상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87년 이후 노사관계를 대표해온 금속산업에서 대기업 노조 간부를 했다. 그리고 경력이 짧다고 해서 시야가 좁다고 할 수 없다. 어떤 마인드를 갖추고 있으며 정신이 건강한지가 중요하다. 한국노총은 60년된 조직으로 조직체계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제에 충분히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노총의 도약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경력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노총 내에서 능력과 경륜을 갖춘 간부들을 발굴하고 전진배치시켜 노총의 역량을 배가시켜 낼 것이다."

- 장석춘 위원장 체제의 새롭고 대표적인 정책을 소개한다면.

"차기 정권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없다. 그 정도로 국가적 과제다.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에서 풀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은 재개정돼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로 가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산별노조 전환과 법제화를 이루어 내겠다. 그러나 한국의 특성과 실정에 맞는 산별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노동계에서 토론회나 공청회를 거쳐서 노사가 인정할 수 있는 모범안을 만들 수 있다.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해 교섭단체 단일화는 폐지돼야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문제도 임기 중에 본격화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차근차근 풀어가겠다.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폐지하고, 노사자율로 풀도록 하겠다. 또한 노동교육원이나 연수원을 통합해 노동아카데미를 신설할 것이다. 신규인력과 상근인력, 조직의 파견자들에게 경력개발 및 상시적 훈련체계를 도입해 이들을 활동가로 육성해서 노총의 인적자원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예산부족, 정부의 인식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사발전재단도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도 재단의 조기정착은 중요하다. 제도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노사발전재단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 차기 정부는 중앙의 노사정위원회 기능을 축소하고, 지역별 노사정위 강화와 산업평화를 핵심노동공약을 설정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사회경제 주체간 대화창구로서 노동자가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대강화돼야 한다. 다만 주된 활동이 기업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의제가 노동분야로 한정되면서 의제의 편협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위를 더욱 확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할 수 있는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노사가 주도하고 시민, 학계까지 포괄해야 하며 노동·경제·사회복지 등 노동자와 직접 관련된 의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산별과 지역을 포괄하는 위원회 구성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 실질적인 정책연대를 관리할 책임을 지게 됐다. 최근 인수위 구성과 노동정책 마련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수위에 한국노총이 배제된 측면이 있다. 기껏해야 자문위원으로 현실적으로 깊게 관여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10일 정책협약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믿어야 한다. 정책연대 협정문에는 정례적인 협의회를 진행하기로 한만큼 차기정부와 상호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한국노총과 청와대간 핫라인도 있어야 된다고 본다. 정책연대는 조합원 총투표로 성사시켰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잘 굴러 갈 수 있도록 하겠다. 만에 하나 신정부가 한국노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노동배제적 정책을 계속 쓰게 된다면 정책연대는 자동 무산되면서 우리들을 투쟁으로 내몰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 또 경제살리기 과정에서 한국노총을 배제하거나 1천500만 노동자를 소외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투쟁 강도를 높여서 싸울 수밖에 없다."

- 벌써부터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간의 단결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IMF관리체제 시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나 통폐합에 대해 노조의 대응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초기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우리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투쟁을 통해 분쇄하고 막아야 할 것이다."

-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2006년 9월11일 노사관계로드맵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 반목이 일어났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하나로 뭉쳐도 노동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에 불과할 수 있다. 두 노총이 반목과 갈등을 보인 지난 2년 동안 노조운동은 더욱 쇠락의 길로 내몰렸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두 노총이 함께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간의 비난비방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색된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행한 비방과 흠집내기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태도변화가 전제돼야만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한국노총 지도부는 선거때마다 현장중심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현장으로부터의 동력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노총 위원장으로 출마하면 누구나 현장활동을 강화한다고 약속한다. 그렇다고 노총 위원장이 현장의 세세한 부분에 착목하다보면 공약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산별과 지역본부를 활성화하는 것이 현장에 적합한 방식이다. 산별과 지역본부를 연계해 현장의 취약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사업장을 이끌 수 있는 활동가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노동아카데미에서 활동가들을 많이 양성해서 현장과 한국노총이 바로바로 유기적으로 호흡하고, 정보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 최초로 2천788명이 참여하는 선거인대회로 위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과반수 성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단일화가 되다보니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선거날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많다. 먼거리에서 올라와야 할 조합원도 있다. 그런 점이 걱정이다. 광역시와 특별시 7곳만 유세하도록 된 선거규정을 내가 선관위에 요청해서 16개 시도본부를 순회하면서 토론회 및 간담회를 할 수 있도록 바꿨다. 되도록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선거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90% 이상이 선거인대회로의 참여를 요청할 생각이다. 선거인단은 조직 민주화에 대한 노력으로 한국노총의 장래를 봤을 때 꼭 성공을 해야 한다. 선거인단이 최대한 참여한 가운데 축제적 분위기에서 새로운 위원장이 나와야 한다. 또 하나의 힘의 근본은 거기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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