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2번 양병민 위원장 후보에게 금융노조는 어떤 의미일까. 양 후보는 금융노조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금융산별노조의 ‘역사’로 통한다. 그러나 3년 전 선거파행의 책임으로 인해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선거에 나섰다.

양 후보 지지자들은 "그만이 가진 강력한 리더십이 그를 선거에 다시 나서게 했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서울은행노조 위원장 당시 매각반대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또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직무대행을 맡아 외환위기 이후 전개된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맞선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오랜 투쟁과 대정부교섭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한 금융산별노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산업·기업 등 국책은행 민영화가 예상된다.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가 국책금융기관 민영화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비효율과 예산낭비, 방만경영 등 도덕적 해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너무 궁색하다. 민영화 시도는 재벌과 외국투기자본의 배만 불릴 뿐이다. 심각한 것은 국책금융기관들에게 가하고 있는 예산·임금통제,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일부 조합원들이 민영화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선 직후 투쟁상황실을 구성해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할 생각이다. 금융노동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구조조정을 겪었다. 또한 나를 비롯한 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후보는 당시 구조조정·합병 반대투쟁을 이끈 풍부한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 국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확립하는 방안을 금융노조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 국책은행 민영화 외에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나 한미FTA 등 금융산업 구조개편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겸업화·대형화 속에서 득실을 따져보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최근 대형화·겸업화에 대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통법 시행과 한미FTA 체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국내외 은행·보험·투자사들이 자본시장을 둘러싸고 제로섬 게임을 펼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재벌의 은행소유 등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가속화나 대형 IB(투자은행) 육성, 금융공기업 통폐합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금융산업의 급격한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융기관 간 인수합병과 그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자통법 재검토를 촉구할 것이다. 한미FTA는 노동계와 연계해 국회비준 처리가 강행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금융노조 내부에 별도의 대책팀을 꾸려 대정부·대국회 투쟁과 대조합원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금융노조의 조직역량의 강화다. 15만 금융노동자가 응집돼 대안을 갖고 요구한다면 반영되지 않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산별역량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사전 정책개입이 가능한 금융노조를 만들 것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금융노조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금융산업 재편에 나선다면, 금융노조와 정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단일화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경선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입장과 경선 이후 통합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이번 선거에서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는 나를 포함해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마호웅 우리은행지부 위원장 등 3명이었다. 각 후보들이 금융노조 비전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고 정당한 선거운동을 거쳐 조합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선거다. 그러나 3년 전 선거 파행으로 인해 금융노조는 많은 진통을 겪었다. 나 역시 금융산별노조 건설의 주역으로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나와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에게 선거파행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기호 1번 마호웅·양원모·김동섭 후보도 당시 은행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조직을 분열시킨 책임이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지부위원장들은 회의를 열고 12월26일까지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요구했다. 각 지부대표자들의 단일화 요구는 선거 이후 전개될지도 모르는 금융노조 내부갈등에 대한 우려와 강력한 금융노조 재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부대표자들의 뜻대로 나와 김동만 금융노조 위원장, 김기준 이사장, 마호웅 위원장이 만나 단일화 논의를 진행했다. 김기준 이사장은 대통합을 위해 본인을 지지하고 출마를 포기했다. 그런데 마호웅 위원장은 논의 중에 일방적으로 12월28일 후보등록을 강행했다.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선되면 강력한 산별노조 재건과 대통합 요구를 반드시 구현해내겠다. 통합을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산별노조 본연의 역할, 노조활동을 충실히 한다면 금융노조의 강력한 대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 중요한 현안이 잇따라 지부 보충교섭으로 이관되면서 일부에서는 금융산별교섭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용자들도 이중교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별교섭 구조는 불완전한 구조다. 금융노조는 예산·인사권이 집중된 완벽한 산별노조가 아니다. 사용자단체 역시 구성돼 있지 않다. 산별교섭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당분간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은행·협동조합·금융공기업 등 이질적인 사업장들로 구성돼 있다. 또 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노사가 새로운 환경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이런 점들이 현재 금융노조의 산별교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 사용자단체 구성과 중앙노사협의회의 틀을 만들어 산별교섭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 지난해 각 지부별로 무기계약직이나 분리직군제 형식으로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했지만 임금·승진 차별과 노조가입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무기계약 전환, 별도의 직군제 형태의 전환, 저직급 신설 등의 해법은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임금·승진 차별, 노조가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정규직 전환의 폭과 범위를 확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반정규직' 형태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

- 산별노조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과 당선 이후 집중할 사업에 대해 말해달라.

“특정사업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구조조정의 위협 등에 정면대응하는 것이 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산별의 조직역량을 시급히 복원시키고 대외 정책역량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지금 한가하게 금융노조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금융노조 투쟁의 산증인들”
양병민 위원장 후보와 함께 출마한 문명순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김문호 사무처장 후보는 투쟁현장에서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췄다. 금융노조 투쟁의 산증인들이라는 평가다. 문명순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여행원제 폐지투쟁에 앞장섰다. 지금도 여성조합원들의 맏언니로 통한다. 문 후보는 “10년 간 진행된 금융산업 구조조정으로 금융노동자들의 어깨가 축 쳐졌다”며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문호 사무처장 후보는 금융정책통으로 통한다. 김기준 전 위원장과 함께 사무처장에 당선됐다 1년 반만에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에 당선되면 못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지부들이 함께하는 금융산별 건설이 그의 꿈이다.

기호 2번 후보자 약력
양병민(49) 위원장 후보
서울은행지부 위원장
금융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현 금융노조 상임지도위원장
 


문명순(45) 수석부위원장 후보
국민은행지부 여성정책실장
국민은행지부 부위원장
현 KB국민은행 부위원장
 


김문호(44) 사무처장 후보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노사정위 금융특위 위원
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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