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동뉴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은‘비정규직법’이다. 올해의 10대 노동뉴스 가운데 1, 2, 6위로 비정규직법 시행과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였던 이랜드∙코스콤 사태, 그리고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둘러싼 갈등이 선택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17일 노사정 및 전문가 100명에게‘2007년 10대 노동뉴스’를 물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올해의 10대 노동뉴스 1위에는‘7월부터 비정규직법 시행’(78명)이 올랐다.

이는 비정규직법 자체가 상징하는‘복잡한’의미 때문일 것이다. 비정규직법의 취지는 차별처우 금지∙시정, 기간제∙단시간노동 남용제한, 불법파견제재와 파견노동자 보호 등 비정규직 사용 남용과 차별 방지였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은 올해 7월 시행 전부터 이미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숱한 기업들이 차별시정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외주전환 등으로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려 한 탓이다.

이랜드∙코스콤 사태 등 비정규 노사분규가 발생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랜드∙코스콤 사태 등 비정규직법 악용 봇물’(67명)이 2위에 꼽힌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유통매장인 이랜드(홈에버)와 뉴코아는 각각 대량해고와 외주전환으로 노조의 반발에 부닥쳤다. 월 80만원을 받는 조합원들이 매장점거 투쟁을 선택한 것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비정규 노동자의 절박한‘외침’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2007년 노동뉴스의 아이콘‘비정규직법’

준공기업인 코스콤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불법파견 혐의를 받아온 코스콤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하청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결국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에 고용의제 명령까지 받았지만 코스콤은‘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랜드와 코스콤과 같은 사례가 전부는 아니다. 정부나 민간에서도 비정규직을 줄이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중규직’이라는 새로운 직급을 만들어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14위‘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여명 무기계약직 전환’(24명), 26위‘우리은행 노사합의 이후 직군분리∙저직급 전환 논란’(12명)은 무기계약 전환 시도였지만 이 과정에서 역시 편법 논란은 이어졌다.

6위에 오른‘비정규직법 시행령, 기간제 예외직종∙파견허용 업무 확대 논란’(39명)도 이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기간제 2년 이상 근무자 무기계약 전환제외 대상 범위를 넓혔고, 파견대상 업무도 138개에서 197개로 대폭 확대시켰다. 이러한 규정은 비정규직법 취지를 희석시키며, 법시행과 동시에 재개정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한국노총이 선택한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51명)는 숱한 논란 속에서도 3위에 꼽히는 주요한 이슈였다.
 
한국노총은 지난 2월 말 올해 대선전략으로 조합원총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정책연대’를 선택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97년 대선에서 위원장 직권으로 특정 대선주자(김대중)를 지지하거나 2004년 총선에서 독자정당(녹색사민당) 창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한 바 있다. 2007년 대선을 겨냥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지지후보 결정을 처음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스스로 모델로 삼았던 좌파정당과 정책연대를 맺었던 스웨덴이나 미국과는 달리 우파정당과의 정책연대라는 유례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50만명의 조합원 명부를 확보하는 등 획기적인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했지만 철저하게 여론조사 선호도 결과로 귀결됐다는 평가다.
 
한국노총-한나라당 정책연대 시험대 올라

이같은 한국노총의 선택은‘반노동관’을 갖고 있는 보수정당과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 1천26명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단순한 인기투표 결과로 노동자 생존권이 차압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한국노총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가 순항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구체적인 정책협약을 조율∙체결 할 때 한국노총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새 정권의 반노동자적 정책∙사업이 시도될 때 한국노총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한국노총과 달리 전통적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를 했던 민주노총의 대선전략은 20위(민주노총 집계 7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국노총의 이명박 당선자 지지는 한국노총이 그동안 주창했던‘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9위, 30명)를 희석시키는 결과로도 나타났다.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한계 부딪쳐
 
한국노총은 지난 2월 말‘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운동이념으로 채택하고 합리적 노동운동을 선언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조조직률10.3%란 현실에서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한다며 평등복지사회 건설을 목표로‘투쟁을 위한 투쟁’이 목표가 아닌 합리적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투쟁 위주의 민주노총을 대체하는 합리적 개혁세력으로 자처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이용득 위원장은 연초부터 정부, 재계 할 것 없이 초청 1순위로 꼽혀 강연을 통해 이를 설파하기도 했다.
 
심지어 모 토론방송을 통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철학적 뿌리가 얕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운동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4월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의 연장선에서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노사발전재단’(7위, 34명)을 공식 출범시켰다. 노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자며 노사발전재단을 추진한 것이다.“망국적 한미FTA를 폐지하라.”한미FTA 타결 하루 전 분신한 택시노동자 고 허세욱 조합원의 마지막 외침이다.

죽음으로 막으려 했던 한미FTA

4월2일 한미FTA 타결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 민중진영의 저항(4위, 48명)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노총은 6월9일 한미FTA 국회 비준 저지를 내걸고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금속노조는 6월25~27일 권역별 파업, 28~29일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최대 11만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사회적으로‘정치파업’논란으로 확대됐다. 재계∙정부∙보수언론은“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한미FTA 저지를 목적으로 한 정치파업은 명백한 불법이고 찬반투표 없이 진행된 파업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고삐를 죄었다. 그 결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지도부 38명이 체포영장을 받았고 10여명이 구속됐다.

지난 2월 출범한 이석행 민주노총 집행부, 그리고 현장대장정(8위, 32명). 이석행 위원장은 출범 전부터“무너진 현장을 복원해야 한다”며 현장대장정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안팎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밖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론이 일찌감치 제기돼왔고, 한국노총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내세우며 민주노총을‘구호뿐인 투쟁’만 한다고 공격하고 있었다. 안으로는 과거의 각종 비리사건과 정파간 분열, 조직력 약화 등을 거치며 조직혁신을 요구받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혁신의 동력을‘현장’에서부터 찾으려고 했다. 지난 3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6개월 간 모두 547개 사업장을 방문해‘현장의’조합원들과 살을 맞대었다. 앞으로 이 위원장은 2, 3차 현장대장정을 거쳐 이 성과를 바탕으로‘진짜 총파업’과‘내부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반노동관’을 가졌다는 새 정권 하에서 이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10대 노동뉴스 가운데 뜻밖에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뉴스가 2건이나 올랐다. 5위‘한국타이어 1년반 동안 15명 돌연사’(44명), 10위‘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1명 사망’(29명)이 그것.
 
여수 화재참사 등 잇따른 안타까운 죽음들
 
한국타이어에서는 최근 1년반 동안 7명이 심장질환으로, 5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하는 등 모두 15명이 사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8월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9월 한 달 간 4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 10월이 돼서야 특별대책반을 꾸리
고 원인조사에 나서 늑장대응 비난에 직면했다. 노동부가 대통령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되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노동부는 내년 1월께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05년 이후 3년 간 183건의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1천300여건의 산안법 위반혐의가 적발됐다.

지난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는‘보호’상태에 놓였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11명이 불길 속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수 참사는 대표적인 ‘인재’로 이주노동자가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 예다. 올해부터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됐다고 해도 강제단속과 인권침해, 이동제한이란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인권위는 지난 11일“여수 화재참사는 외국인 강제단속의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라며“외국인 단속시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권리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권고할 정도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는 여전히‘현재진행형’이다.

이외에도 노동계에서는 올 한 해 동안 고 허세욱, 고 정해진, 고 김현준, 고 장진수 등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13위, 25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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