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그 취지와는 무관하게 당사자인 비정규노동
자에게는‘약’이자‘독’이 되는‘모순’으로 작용했다.

비정규직법은 그 탄생부터가 여의치 않았다. 지난 2001년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5년여만인 지난해 11월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통과된 전력을 안고 있다.

비정규직법(기간제∙단시간법, 파견법, 노동위법)의 근본 취지는 비정규직 사용의 남용과
차별을 방지한다는 것에 있다. 즉 차별처우 금지∙시정, 기간제∙단시간노동 남용제한, 불법파견 제재와 파견노동자 보호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기간제노동의 경우 2년이란 사용기간 제한을 두었다.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로 간주토록 한 것이다. 또한 단시간노동의 경우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 초과근로시간을 1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부당한 연장근로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했다.

파견노동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파견노동자 2년 초과 사용시 사용사업주의 노동자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삭제하고, 직접고용의무를 부과(위반시 3천만원 이하 과태료)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이 경우 고용의제와 같이 직접고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핵심은‘차별금지제도’에 있다. 이 법에서는 기간제∙단시간∙파견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처우 금지를 명문화했다. 또한 노동위를 통한 차별시정 절차를 거쳐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토록 했다. 차별이 확정돼 시정명령이 내려졌으나 불이행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차별시정제도는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및 공공부문 △내년 7월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2009년 7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 등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취지의 이면에는 무력함이 존재했다. 시행 전후 대량해고(계약해지),
외주전환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랜드∙뉴코아 및 코스콤 사태 등이 사용자가 비정규직법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임금∙노동조건의 저하는 물론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발생시켰지만 정부로서는‘자제’를 당부할 뿐 제재수단이 없었다.

비정규직법은 시행되자마자 재개정 논란에 휩싸이는 운명을 맞게 됐다. 정부는 비정규직법 안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랜드∙뉴코아, 코스콤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보완입법 또는 재개정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어갔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이 논의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노사정위에서는 중소기업 지원방안, 외주화 대책 등을 논의키로 했지만 이 역시도 현재는‘주춤’거리는 상태다. 내년 7월 100인 이상 사업장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지원방안조차도 경제부처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대량해고와 외주전환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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