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 직전까지 갔던 철도공사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이 사실상 다음해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정권과 공사 경영진, 노조 집행부 교체도 동시에 맞물리면서 문제 해결이 불투명해졌다.

공사 "형평성 어긋나 재검토"

노사합의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합의서 서명을 유보했던 철도공사는 24일 현 엄길용 노조 집행부와는 승무원 문제와 논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엄길용 집행부 공식 임기가 28일 끝남에 따라 사실상 다음해로 미룬 것이다.

공사는 "최근 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현 노조 집행부와 비공식 실무차원의 논의가 있었지만 공사차원의 공식 의견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는 "현 노조 집행부와 승무원 문제를 합의하는 것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며, 필요하다고 해도 다음 집행부와 해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현 집행부와는 논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현 집행부는 사장퇴진투쟁을 통해 현 경영진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사는 또 현재 투쟁중인 승무원들을 역무계약직으로 고용할 경우 △지난해 5월 자회사로 이적한 승무원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실업상태로 있는 전 승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형평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역무계약직 인력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논의된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정권교체 틈타 현안 떠넘기기

승무원 직접 고용이라는 명분을 양보하고, 역무계약직 고용방안을 선택했던 노조와 승무원 입장에서는 고용보장이라는 목표도 불투명하게 됐다. 공사가 자회사로 이적한 다른 승무원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이후 진행될 역무계약직 인력충원에서도 무조건 채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합의를 번복하면서 그나마 보장됐던 승무원들의 생존권 보장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6월까지 임기인 이철 사장 등 현 경영진은 정권교체에 따라 임기가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철도공사 일각에서는 내년 2월경에 이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출범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 인사인 이철 사장이 부담을 느껴 노사합의를 미룬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8일 새로 당선될 노조 집행부도 승무원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워놓지는 못하고 있다. 승무원 문제는 엄길용 집행부 임기 내에 해결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또 승무원들의 역무계약직 고용에 대해 일부 직군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등 정규직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기호 1번 황정우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호 2번 이영익 선본은 홍보물을 통해 "승무원 문제는 투쟁 대의를 훼손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현실적 고통을 고려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다분히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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