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사가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에 대해 잠정합의를 한 것은 지난 11일이다. 세 번째 노사협의회였던 이날 21일 조인하려했던 내용의 초안이 완성된 것으로, 이미 열흘전의 일이다.

합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철도노사 모두 양보한 끝에 이뤄진 것으로, 노조가 대폭 양보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투쟁중인 승무원들을 역무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 5월 상반기 노사협의회에서 공사가 제안한 내용이다. 공사는 또 같은 내용을 지난달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기 직전에도 제시했다.

게다가 잠정합의안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전 승무원은 승무업무 계열사 위탁에 대해 공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고, 제3자의 행위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 한다"고 명시 돼 있다. 이 내용은 투쟁중인 승무원들을 역무직으로 고용하는 대신, 코리아투어서비스에 위탁 외주화한 승무업무에 대해 노조가 더 이상 문제삼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동안 승무원들 투쟁과 관련해 '승무업무 외주위탁 철회'를 가장 큰 명분으로 삼았던 노조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합의안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업무 외주화 등 구조조정 문제에 대응해야하는 차기 집행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내용이다. 때문에 보궐선거에 출마한 황정우-이영익 두 선거대책본부에서도 노조에 강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중인 80명의 승무원 가운데 10명인 새마을호 승무원들 입장도 난감하다. 이들은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됐다가 지난 1월 업무가 자회사로 위탁되면서 이를 거부해 해고됐다. 당시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에게 자회사로 적을 옮기거나, 철도공사 역무 계약직 전환 중 한가지를 선택하게 했다. 당시 역무 계약직으로 자리를 옮긴 승무원들은 근무 경력을 인정받아 현재 무기계약직인 7급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1년동안 투쟁한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근무경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제외돼 있어, 노조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내부 진통을 무릅쓰고 노조가 대폭양보했는데도 공사가 합의를 미루자, 노조 내부에서는 "공사가 합의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 교체와 정권교체 등의 시기를 틈타, 내년 3-4월께에 임기가 끝나는 이철 사장이 문제 해결을 미루려 한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노조처럼 공사도 내부진통이 심하다"며 "이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철도공사에 한번도 고용한 적 없는 KTX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이 심하다는 얘기다. 공사 관계자는 또 "승무원들이 투쟁하면서 발생한 감정의 앙금때문에 한식구가 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누그러뜨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지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면서도 "연내에 최종합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사 합의 직전에 와 있는 승무원 해결 문제가 연내에, 또는 현재 철도노조 집행부 임기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다시 장기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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