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파견·아웃소싱 지역회의’에 참가한 일본인재파견협회 카츠히코 사토 고문(슈쿠토쿠대학 경영학과 교수·사진 우)와 히로시 사이토 이사(칸토가쿠엔대학 경제학과 교수·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번 한·중·일 회의는 한국인재파견협회, 일본인재파견협회, 중국파견협회 등이 3개국 협회가 참가하고 있다. 

제조업 파견허용 뒤 파견노동자 크게 늘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파견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나라다. 게다가 제조업 생산직까지 파견이 전면 허용되기도 했다. 일본은 85년 파견법을 제정한 이래 모두 9차례의 개정작업을 거쳤으며 2003년 파견법을 대폭 개정해 특정업무를 제외하고 모든 업무에서 파견을 열었다.

이같이 파견업무를 모두 열면서 파견노동자 수가 2003년 이래 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사토 고문과 사이토 이사는 일본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파견의 문을 넓힌 것이지 그것을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제조업 파견을 완전히 오픈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3년 개정 이후 워밍업기를 거쳐 2005~2006년 파견노동자가 크게 늘었어요. 이때는 이미 제조업에서도 파견관리 노하우가 생겼고 일본의 불경기가 회복경기로 돌아섰으며 일본정부가 위장도급도 엄격하게 제한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위장도급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두 교수는 밝혔다.

“도급 문제는 일본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위장도급이 무척 많습니다. 도급법이 없다보니 규제가 안 되고 있지요. 도요타, 캐논, 마쯔시타 등 대기업도 위장도급 문제가 적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조업 파견이 허용된 뒤에도 일본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위장도급 문제는 심각합니다.”

한국도 일본을 좇아 파견을 전면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파견확대 뒤에도 위장도급 문제 해결 안돼

“양국의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일본이 당시 파견을 전면확대한 이유는 불경기 시절이었습니다. 고용을 늘려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파견업무를 네가티브로 전환한거죠. 일본은 처음 제조업을 열 때 위장도급 문제를 깊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문제해결을 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좇아가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말인 것 같다.

한국의 노동계나 일부 학계는 말한다. 파견을 연다고 위장도급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파견은 파견대로, 위장도급은 위장도급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뜻밖에 이 같은 의견에 두 교수는 “맞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한국 노동계의 주장이 대체로 맞을 겁니다. 도급은 도급대로 파견은 파견대로 늘어날 겁니다. 문제는 도급을 정확히 끄집어내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제조업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물건 하나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그를 위한 숙련자를 생각합니다. 일본 기업은 정사원을 줄이기 위해 도급을 늘리지는 않습니다. 한국도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동력을 생각하고 있나요?”

너무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노동력을 생각해야 한다는 따끔한 조언인 것이다. 

“한국, 제조업 발전 위한 노동력 생각하나?”

이들은 한국의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의 배경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60%가량의 임금 등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저희는 파견노동자에게도 같은 임금을 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파견직이 임금이 많은 대신 상여금은 없지요. 총괄해서는 파견직이 적습니다만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을 바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

“일본서는 한국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차별기준과 차별판단이 어려울 것입니다.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우리도 배우고자 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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