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진 30일 오전 6시 40분, 출근으로 분주한 안양시 관양동 H아파트 정문에 ‘박명재 행자부장관은 거짓말쟁이인가?’라는 몸자보를 앞뒤로 두른 사람이 나타났다. 박 장관의 출근길을 겨냥한 공무원의 1인 시위였다. 동향파악을 위해 정보과 형사도 다녀갔다. 잠시 후 오전 7시, 장관을 태운 관용차량이 좌회전 하면서 이 장면을 스치며 지나갔다.

1인 시위의 주인공들은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 조합원들. 이들이 선정적인 문구를 앞세워 행자부장관의 출근길에 버티고 선 것은 노동조합에게 사무실을 제공하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1인 시위는 1주일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25일 낮 12시, 점심시간 시작과 동시에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마당에 작은 소란이 벌여졌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가 노조사무실을 요구하며 앞 주에 이어 또 기습적으로 천막을 친 것이다. 조호동 위원장이 행자부 규탄사를 발표하는 순간 경비들이 쫓아 나와 천막을 철거했다. 몸싸움도 벌어졌다. 노조는 매주 목요일 천막 설치를 시도하고 있다. 행자부가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으면 노조는 조합원을 동원, 몸싸움을 벌여서라도 본격적인 천막농성을 시작할 태세다.

과천 정부청사에 있는 9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지난 3월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를 결성하고 사무실 제공을 요구했다. 행자부는 먼저 설립신고를 하라고 했다. 노조는 5월말 설립신고를 했지만 노동부가 보완을 요구했다. 사무실 위치가 공란이었기 때문이다. 부득이 지난 7월3일 공정거래위지부 사무실을 기재해 설립신고를 완료했다.

설립신고가 끝났으니 사무실을 내줄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4개월이 다 돼가도록 행자부는 “검토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그 사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의 행정부공무원노조는 행자부로부터 사무실과 운영비를 제공받았다.

서성모 노조 대변인은 “법외노조 사무실을 탄압하며 합법노조에게 사무실을 제공하라는 지침까지 내린 행자부가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말로는 노사간의 대화와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31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