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두 번째 안건으로 ‘대선후보 선출방안을 위한 임시당대회 소집 건’이 상정됐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100만 민중참여경선제’를 당대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안건이다. 치열한 찬반 토론 뒤 투표에서 298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반수에도 못 미치는 106명만 상정하자는 데 표를 던졌다. 민주노총이 제안했던 민중참여경선제가 두 번의 패배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는 3월 당 대회였다.“선거운동 할 게 없다” 지난 3월11일에 열린 당 대회에서는 같은 안건을 놓고 재적대의원 1천50명 가운데 663명이 표를 던져 부결됐었다. 당헌개정 요건인 3분의 2선에 37명이 부족했지만 과반수는 훌쩍 넘겼었다. 어떤 이는 이결정을 “범죄적 오류”라고 비난했고 어떤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였다”고 했다. 표도, 평가도 양극단을 달렸다. 문제는 이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켜켜이 쌓이고 있다는 것. 제안자인 민주노총과 이를 거절한 민주노동당 사이에 균열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때는 배타적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이석행 위원장의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지난 11일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민주노총을 찾았을 때 일어난 해프닝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날 김 총장이 이석행 위원장을 찾은 이유는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공동선대위원장은 이틀 뒤 열릴 당대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었다. 당대회 이틀 전에 공문을 들고 온 것을 두고 ‘통보’, ‘패권’ 같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사전에 이를 협의하거나 설명하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석행 위원장도 당장 수락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강한 어조로 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는 후문이다.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주노동당 집권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민중참여경선제 추진과정을 전후에 생긴 감정의 골이 지금까지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정은 진성당원이 하고 사업은 대중과 함께 하겠다는 게 얼마나 패권적이냐”며 “매번 결정방식이 이런식”이라고 지적했다. 감정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한 활동가는 “당도, 민주노총도 선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임시당대회 참석자는 1천명에서 600명으로 줄었고 민주노총도 세액공제도, 연간후원 당원 모집도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중앙에서는 “선거운동 할 게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방향을 찾는 노력은 쌍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둘 사이는 지난 10년 동안 배타적 지지를 공식화할 정도로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관계가 아니던가. 핵심 사업이 바로 11월11일 예정돼 있는 ‘범국민 행동의 날’이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얘기다. “당이 너무 협소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참작해서 남은 기간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 중심이 바로 11월11일 범국민 행동의 날이다. 같이 뛰고 고생해가며 조율할 것이다. 대회가 성사되는 것만큼 강력한 선거운동은 없다.” 민주노총도 여기에 동의한다. 당장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현장순회를 시작했다. 김명호 민주노총 전 기획실장은 “20만명이 서울시청과 광화문 앞에 운집할 것”이라며 “이날 노동자 대회가 사실상 선거운동의 시작”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가족과 연고자 표를 민주노동당으로 모일 수 있도록 80만명의 조합원이 나서자는 뜻으로 8010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결정됐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바로 진보대연합이다. 진보대연합은 민주노동당에서 먼저 결정했다. 민중경선제를 무산시켰던 6월 중앙위 회의에서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을 채택한 것.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4대 원칙을 동의하면 정책연합부터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선거연합, 통합진보신당 창당까지 모색한다고 결정했다. 진보대연합 또다른 변수지지부진하던 진보대연합 논의는 지난 9월28일 사회당과 새진보연대(준)가 민주노동당에 대연합 추진기구를 제안하면서 다시 타오르고 있다. 이달 초 민주노총 내 최대 좌파세력인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도 지지하고 나섰다. 18일에는 추진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권영길 후보의 행보다. 그는 ‘가치의 연정’이라는 새 개념을 써가며 진보대연합을 설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가치를 함께 하는 세력이나 개인과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도 현재 새진보연대 대표인 이수호 전 위원장을 상임 지도위원으로 임명하고 진보대연합과 관련한 군불을 때고 있다. 이수호 상임지도위원은 “이석행 위원장을 보좌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부여한 진보대연합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희 기자 gh1216@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