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은행 합병에 반발, 파업 철야농성을 벌이며 남아 있던 국민. 주택은행 노조원 8천여명이 27일 강제 해산돼 1차 파업 농성은 일단 마감됐다.

그러나 농성장을 미리 빠져 나간 2천여명의 조합원들이 이날 새벽부터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덕평리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으로 속속 모여 드는 등 노조가 공언했던 제 3의 장소 집결이 현실화되고 있어 철야 농성 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두 은행 노조가 일산연수원으로 들어 온 것은 지난 21일.

당초 예정됐던 오후 8시께 2백여명에 불과하던 인원이 6시간 만에 1만여명으로 불어 났고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 한 때 최고 1만2천여명까지 이르는 등 이번 철야 농성 사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7월 1차 파업 때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이들 노조원은 애초 “22일이면 정부의 항복으로 농성을 끝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갖고 농성을 시작했지만 두 은행장이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 장기화의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들 노조의 전망은 “결국 정부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지난 23일 경찰의 첫 공권력 투입 시도 때도 “오히려 잘됐다. 들어오면 우리는 걸어 나가겠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강경 방침이 잇따라 전해지고, “핵심 전산요원이 빠져 은행 영업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경영진이 대화 재개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거점 점포 운영 등으로 밀어붙이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5일부터 파업에 동참했던 팀. 차장들이 26일 업무에 복귀했고, 지도부에도 자진 해산을 요구하는 온건파가 등장하는가 하면 강추위와 피로에 지친 소수 노조원들은 농성장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지도부는 “파업 철야농성은 제 3의 장소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합병 철회 때까지 무기한 파업 농성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에 따른 연수원 해산은 28일로 예정된 금융권 총파업에 대비해 정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 준 것”이라며 “단 한 사람이 남더라도 합병 철회를 얻어 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지도부는 농성 기간 중 강제 해산에 대비 ▲분회별 비상연락망 구축▲이를 통한 재집결 장소 통보 등의 행동지침을 거듭 지시하고 대규모 집결이 어려울 경우 분회별, 동아리별 단위별 파업 농성 지침까지 내렸다.

경찰은 27일 공권력 투입으로 일단 대규모 농성 노조원을 분산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28일 금융권 총파업의 위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 주택은행 합병과 관련, 1차 파업 농성사태는 마무리됐지만 국면 해결을 위한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에서 국민 경제에 엄청난 영향과 불편을 주고 있는 파업 장기화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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