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은행 노조 파업에 대해 공권력이 투입된 직후인 27일 오전 8시20분께 노조원 8천여명이 모여 있던 연수원 상공에 경찰 헬기2대가 나타났다.

이 헬기들은 정찰을 위해 몇차례 운동장 상공을 선회한 뒤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운동장에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운동장을 가득 메웠던 1백여개 천막의 지지대가 뽑혀 나가 천막들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아 노조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노조원들은 이 같은 경찰 헬기에 대해 고함으로 야유를 보냈고 천막의 쇠파이프 지지대에 맞을 경우 큰 부상을 우려,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부상자는 없었다.

노조원 해산이 끝난 연수원 운동장에는 부서진 천막의 잔해가 여기저기 불타고 있어 시가전이 끝나 폐허만 남은 도시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또 바닥에 깔려 있던 스티로폼 조각이 운동장 바닥을 하얗게 채웠으며 노조원들이 먹다 남긴 라면과 과일, 과자, 깨진 가스버너, 식기, 쓰레기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한편 딸을 찾아 상경했다는 60대 노인이 경찰과 노조원 사이에 나와 “우리 아들 딸들이 다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고함을 지르며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사진을 꺼내 보이며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경찰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께 공권력 투입에 앞서 연수원 뒤쪽 테니스장 주변에서 경찰과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든 사수대 대원들 간에 가벼운 설전이 벌어져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잠시 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하자 사수대 대원들은 들고 있던 쇠파이프와 각목을 내려놓고 별다른 저항 없이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전경대원들에게 귤과 과자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 병력은 이어 9시30분경부터 운동장에 집결해 있는 노조원들을 압박, 정문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해 40분만인 10시10분경에는 노조원들이 모두정문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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