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립대병원이자 우리나라 최고 병원을 자부하는 서울대병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는데요. 여느 병원파업과 마찬가지로 병원쪽은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노조파업을 비난하면서, 조속한 사태해결을 약속했습니다.

- 그런데 정상철 병원장 명의로 발표된 글이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합니다.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은 노동법 절차를 밟게 돼 있는 필수공익사업장임에 불구하고 노조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했다"라고 설명했다고 하네요.

- 마치 노조가 불법파업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읽히는군요.

- 그렇지요. 서울대병원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조건부 직권중재 보류'를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노조파업은 엄연한 합법파업입니다.

- 그런데 병원장의 글은 "노조파업은 불법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합법파업이지만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기 때문에 파업을 하면 안 된다"라는 의미도 남고 있는 듯합니다.

-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직권중재' 나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말이 생소할텐데요, 명확하고 쉽게 설명을 곁들여 사실만을 발표하든지, 그게 자신 없으면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파격적인(?) 교육정책을 발표한 이후 교육계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입니다. 여기저기서 "한국 교육을 30년 전으로 돌리겠다는 거냐"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 이 후보의 교육정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사교육비는 공교육이 부실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자율형 사립고를 집중 육성하고 △영어 전용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영어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학생부 반영비율을 줄이고 수능과목을 축소해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교육계는 이대로 될 경우 고교 평준화와 함께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 그동안 교육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교육재정이 확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이 후보와는 다른 진단인 셈이죠.

- 이 후보는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법적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는 학교용지부담금 등 교육재정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입니다. 자녀의 위장전입도 문제가 됐었죠.

- 교육재정을 파탄으로 몰았던 당사자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노총 정책연합의 추억

- 97년 한국노총의 정책연합 당시 벌어진 일인데요, 중앙정치위원회에서 후보자 공개지지선언을 놓고 그것을 막으려는 산별위원장과 한국노총 집행부간의 일대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쌍소리는 기본이고, 죽이겠다는 협박 등 분위기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 이때 한 산별위원장이 당시 현기환 한국노총 정치국장에게 '네 배는 칼 안 들어가냐'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현 국장이 그랬다는군요. "그럼 형님 배는 안 들어가요?"

- 우여곡절 끝에 당시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인 명의로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죠. 선거법 위반사안이라 박 위원장과 현 국장은 지방의 사찰을 전전했죠. 이 절 저 절을 떠돌아다니다 대형트럭과 추돌하는 교통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배추를 실은 트럭이 뒤에서 갑자기 속도를 내다 꽝하고 부딪힌 것이죠. 하지만 경찰에게 연락할 수도 없고, 보상을 받을 형편도 아니어서 그냥 돌려보냈다고 하네요.

- 한국노총의 정책연합이 비록 과거 당사자의 추억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정책연합의 효과는 단지 건물을 받은 실익뿐만 아니라 한국노총의 멍에였던 '어용' 시비를 잠재우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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