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을 골자로 국회와 정부에게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라는 권고를 내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권위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특고종사자는 계약형식, 근무형태, 보수지급 방식 등에서 일반 노동자와는 일정한 차이가 있지만 노무수행 과정에서는 실질적인 종속관계가 존재해 사실상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전통적인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법적 보호에서 제외돼 노무제공 과정에서 다양한 인권침해에 노출돼왔다”며 이번 권고의 배경을 밝혔다.<사진>
 

이에 따라 인권위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종사자의 인권보호와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계약존속 보호 등 개별적 보호와 노동3권 보장하고 4대 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과 노동부장관에게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개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고종사자 개념과 판단기준 = 인권위가 보는 특고종사자는 노무제공 상대방(사업주)에 대해 전적으로 노무를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계약이 해지될 경우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경제적 종속성이 있으면서 사업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말한다. 결국 일반 노동자와도 독립적인 자영인과도 구별되는 ‘노동자와 유사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자’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

다만, 일정한 수입 이상을 얻는 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별도규정을 둘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계약존속 보호 등 개별보호 = 특고종사자와 사업주와의 개별관계에서는 계약존속 보호, 보수지급 보호, 휴일·휴가 보장, 성희롱 예방·구제, 산업안전보건, 모성보호, 균등처우, 노동위원회 권리구제·분쟁해결 및 근로감독관 감독 규정 등을 통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사회보장제도 적용도 수반돼야 한다고 보았다. 특고종사자가 산업재해나 계약해지로 실업상태에 빠질 때 사회보험기금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이 적용돼야 하고 국민연금법, 건강보험법도 사업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3권 보장 등 집단보호 = 이번 인권위 권고의 핵심은 바로 ‘노동3권 보장’에 있다. 특고종사자들이 열악한 노무제공조건을 벗어나고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단결체를 결성해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노동3권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정부안이 제시하는 단체2권 보장에 대해서 “그 같은 규정으로는 집단적 교섭을 통한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며 국제인권규약 및 ILO(국제노동기구)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명확히 노동3권 보장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위장된 고용관계인은 노동자 = 위장된 고용관계에 있는 자, 이른바 위장자영인은 명확히 노동자로 보고 동일하게 노동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노동관계법이 규정한 사용자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고용관계의 외양을 변화시키는 위장된 고용관계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을 경우 노동법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정부는 위장된 고용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실행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적극적 행정력을 동원해 이를 해소해야 하며 법원도 위장된 고용관계인에 대해 노동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함으로써 노동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고 의미와 한계, 입법 전망 =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17대 마지막 국회에서 특고종사자 보호법안이 이미 4개나 상정돼 있는 시점에서 조속한 특고종사자 보호입법의 필요성과 ‘노동3권 보장’ 등 노동법적 보호방안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4개의 법안 중 정부안 등 2개 법안은 단체2권을 언급할 뿐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계약존속 보호 등 개별적 관계 보호는 물론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까지 사실상 개별적 근로관계로의 개념으로 접근해 노동법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가 역력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 권고는 지난 2006년 비정규직법 관련 권고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모양을 갖추고 있다. 특고종사자 보호입법을 위한 법률의 제·개정을 권고했지만 분명한 법률형태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특고종사자 기준 등 구체적 법률적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인권위는 특고종사자의 판단 여부는 앞으로 사법부 판단의 몫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연구용역 실태조사, 지난 7월 특고종사자특별위원회 구성 및 청문회 개최 등을 거쳐 지난달 17일 전원위원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선국면과 맞물려 특고종사자 보호입법 논의가 관심권 밖으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현재 국회 환노위는 국정감사를 마치고 17대 마지막 노동법안 심의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인권위의 권고가 특고종사자 보호입법을 위한 마지막 불꽃을 살리는 데 얼마나 일조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권고의 내용을 다듬은 결정문을 조만간 국회의장과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일문일답> “국회 입법 논의시 인권위 권고 수용 희망한다”
이날 인권위 권고는 인권위 정강자 상임위원과 김인재 인권정책본부장이 담당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보호입법의 법률형태는?
 

“지난 비정규직법 관련 권고와는 달리 이번에는 법안내용까지 낱낱이 검토하지 않았다. 이유는 특고종사자의 범위, 판단, 기준 등이 아직 미확정된 상태에서 법안 개개조항까지 검토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특고종사자 집단의 보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에 방점을 찍었다.”(정강자)
 

“법률형태는 노동법 개정인지 특별법 제정인지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대강의 흐름이 특별법에 가 있는 것 같다. 인권위는 국회가 법률 제·개정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을 제시한 것이다.”(김인재) 
 

- 노동부는 특고종사자 범위를 직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런 구분에는 반대한다. 우리가 볼 때는 같은 보험설계사라고 해도 직접고용이 있고 프리랜서도 있는 등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떤 직종은 노동자이고 또는 아니라는 판단은 현실적 편의성은 있겠지만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판단기준을 모법이나 시행령에 묶어 따로 판단기구를 두는 것은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판단기준을 분명히 명시하고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정강자) 
 

- 국회 입법논의에서 권고안의 역할은.
 

“지난 6월 상임위에서 논의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나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회기내 입법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마지막 국회에서 인권위 권고가 의회에서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수용되기를 희망한다.”(정강자)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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