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를 낸다더니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겁니까?”

8일 노동부 남부지청이 코스콤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함에 따른 보도자료를 오후 2시에 내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2시를 넘겼지만 “작업 중”이란 말만 되돌아왔다. 그리고 5시가 다 돼서야 “보도자료 배포를 않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코스콤 측이 변호인단까지 구성해 ‘피의사실공표죄’를 들어 노동부가 보도자료 배포시 맞고소 하겠다고 ‘세게’ 나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코스콤이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은 노동부 남부지청의 힘이 컸다. 지난 6월 코스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도급업체 직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근태관리와 작업배치권까지 행사한 사실을 밝혀낸 뒤 검찰의 수사지휘 하에 보강수사까지 한 뒤 마침내 8일 코스콤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로 송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부의 노력 끝의 산물은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과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코스콤은 이미 비정규직 문제로 ‘제2의 이랜드’라 불리며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코스콤의 불법파견 판정이란 중요한 사실은 대기업의 ‘피의사실공표죄’란 카드에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다.

피의사실공표죄란 재판 전 여론몰이로 재단되는 것을 우려해서 수사기관이 공판청구 전 피의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해 제재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에서 사용자의 비정규직법 회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따져볼 때 코스콤에 대한 피의사실공표죄가 꼭 성립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코스콤은 대기업의 지위에 있으면서 변호인단까지 구성해서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카드를 꺼내 정부를 압박했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이는 재벌그룹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며 일관된 수사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코스콤 사건도 피의사실공표죄로 인해 본질이 호도된 셈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코스콤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는 것으로 세상에는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지는 계기였는데 보도자료 배포가 무산되면서 국민들이 알게 될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 것이다.
노동부는 과거 현대차의 불법파견 판정이나 KTX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등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대기업의 불법파견 문제는 공공의 이익과 연관된 중요한 사안이 아닐까. 노동부가 자칫 국민의 알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0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