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문제가 578일만에 합의에 이른 지난달 28일은 급박한 하루였다.
민주노총과 노동부에 따르면 발단은 이날 점심시간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면서부터다. 이 위원장이 KTX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 현안을 논의한 가운데 이 장관은 KTX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선복귀 후협상’과 ‘협의체 결정에 따른다’는 게 그것. 선복귀는 일단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투어서비스의 정규직으로 들어가고, 협의체를 구성해 코레일 직고용 여부를 논의해 그 결과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은 헤어진 뒤 이석행 위원장이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을 따로 만나 이 장관의 제안을 전달했다. 이 때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의 입장은 코레일투어서비스로 선복귀를 하더라도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코레일측이 외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
또한 같은 시간대에 노동부로 돌아온 이 장관은 이철 코레일 사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날의 제안에 대해 설명했다.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요청이 이어졌다.
노사를 설득한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5시30분 서울노동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이날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노사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하는 전제조건에 코레일측이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외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주요한 이유였다. 또한 협상장 밖에서는 KTX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소집돼 선복귀 제안에 대해 반발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자칫하면 지난 이랜드 협상 때처럼 또다시 협상이 깨질 판이었다.
오후 7시20분, 정회가 이어졌다. 노사 각자 논의할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이날 오후 8시, 다시 모인 노사는 각자 민감해하는 두 개의 안은 제외시키고 ‘협의체 구성’에만 합의한 것이다. 대신 협의체에서는 ‘외주화 타당성’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노사는 핵심을 피해 우회로를 선택했고, 노동부는 주선자로서 판이 깨지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번 협상은 추석 이 전부터 이상수 장관이 중재에 나서 이석행 위원장과 이철 사장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