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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방과 업무장벽 철폐’.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다.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평균 80%대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형화∙겸업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일부 우량기관에‘자본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으로 은행∙증권∙보험∙여신업체 간 업무영역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 역시 변화된 지점이다.
2009년 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도 지급결제업무가 가능해지고, 올 하반기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보헙업법 개정도 지급결제기능 허용을 포함한 보험사의 수익다변화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흔들리는‘금산분리’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한다는 역대 정부의 ‘금산분리’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대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이 금융자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현재 증권업에는 국내 산업자본(재벌)이 진출해 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이 허용되면, 재벌 입장에서 굳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은행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렇듯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과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판매 권유자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현재 시중은행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KB국민은행이 84.2%, 하나지주 80.8%, 외환은행 79.9%, 신한지주 60.8%,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각각 100%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은행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도 30%를 뛰어넘었다. 지난 98년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외국자본은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보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생명보험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이 크게 증가했다. 푸르덴셜, ING 등 세계적인 생보사들의 국내 진출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2006년 12월 말 생명보험사 경영실적현황’에 따르면 외국계 생보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8.9%로 조사됐다.
98년과 비교해 19.0% 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에 외국계 손해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 10월 말현재 1.1%에 불과하다.
또 2003년 기준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주식위탁거래대금 기준)은 16.5%로 98년과 비교해 1.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당초 정부는 외국자본의 진출 효과로 △국내은행의 대외신인도 상승 △금융서비스 개선 △선진금융기법 도입 등을 기대했다. 그
러나 국부유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기업이 지난해 외국인들에게 지급한 배당금(4조4천451억원)은 전체 배당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KB국민은행(1주당 3천650원), 하나금융지주 (주당 800원)가 배당규모를 크게 늘린 데다, 외환은행
(주당 1천원)도 신규 배당을 실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이들 3개사를 제외한 기업 전체의 배당액은 전년 대비 1.67% 감소했다.
그런가 하면 론스타나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등 투기성 외국자본들은‘먹튀’(먹고 튀는) 행태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해외 사모주식펀드에 잇따라 인수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은행의 공공적인역할이 축소되고, 산업자금 공급기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 증대 실패한‘대형화∙겸업화’
은행의 대형화∙겸업화 추세도 변화한 대목 중 하나다. 대형화는 외환위기 직후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하고, 대형은행 간 합병방식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것이 2001년 이후에는 국민∙주택(2001년 4월), 하나∙서울(2002년 12월), 신한∙조흥(2003년 9월) 간 합병과 같이 자발적인 덩치 키우기 양상으로 바뀌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2000년부터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대형화가 가속화했다. 해외자본의 진출도 대형화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전에 없던 세계 100대 은행(총자산 기준) 리스트에 2006년 현재 KB국민∙신한지주∙농협∙우리지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본 몰아주기 결과로 금융기관수는 크게 줄었다. 외환위기 이전 28개였던 은행수는 2004년 현재 절반인 14개로 감소했다.
대형화와 함께 겸업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겸업화는 직접 겸업을 하거나 자회사, 금융지주회사, 업무제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은행은 신용카드업과 신탁업∙종금업을 겸업하는 형태로, 펀드와 보험상품을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국 은행은 금융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도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시행되면서 은행과 함께 간접투자자산을 판매하고 운용할 수 있다. 금융권의 대형화∙겸업화는 금융업종의 경쟁영역을 변화시켰다. 겸업화가 진전되면서 업종에 관계없이 동일 업무와 상품을 취급하는 모든 업체로 경쟁상대로 확대됐다.
이를 테면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과 맞춤형 신탁, 보험의 변액보험 등 업종은 다르지만 성격이 비슷한 복합상품이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업종의 금융기관 간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 금융기관을 의식한 치열한 경쟁 양상은 ‘제살 깎아먹기’식의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각 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노동자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개 금융지주회사의 순수익은 지난해 1분기 1조6천80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8천496억원) 대비 8천309억원(97.8%)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순이익 증가는 은행과 증권자회사의 영업규모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이나 수수료 이익에 기반한 것이다. 때문에 증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이 성
장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의 전략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는 자통법 입법과정에서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자통법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등 7개 법률을 통합한 것이다. 각 법률에 따라 역할이 나뉘었던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종금사 등의 업체들이 통합해 금융투자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크게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회사의 3대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시중은행들과 법안 시행을 계기로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려는 증권업계 사이의 기세 싸움으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선 2009년 자통법 시행에 앞서 금융권의 주도권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지급결제와 어슈어뱅크(은행 예∙적금 상품 판매) 허용이 실현될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향후 개정될 보험업법은‘보험판 자통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 과정에서 약 46만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금융권 종사자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시장이 정상화된 2003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1만2천831명, 2004년 1만5천721명, 2005년 1만5천315명이 강제로 쫓겨났다.‘ 항상적’구조조정 상태인 것이다. 여기에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산업의 인수합병이 예상되면서, 또 다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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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