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의서에 서명하고 돌아온 이동걸 위원장은 사장과 자신이 서명한 최종합의서를 조합원들에 들어 보이고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 주자 조합원들은 이제야 끝났다며 안도하는 모습.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합의서 내용에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는 반응이었지만 한통노조가 6일간의 투쟁을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 지켜왔다는 데 뿌듯해 하는 분위기.

서울 돈암전화국 소속 한 조합원은 "민·형사상 문제 등이 빠지고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100번의 교육보다 중요한 한번의 경험을 통해 이후 다시 파업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지나보니 견딜만 했다"며 "매년 파업하자"고 동료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파업종료 이후 조합원들이 명동성당을 빠져나가는 데만 2시간 이상이 소요. 조합원들이 떠난 자리에는 방한용 비닐과 스치로폴 등 많은 쓰레기와 함께 라면 등 비상식량(?)이 수십박스가 연단에 모아져 눈길. 장기파업과 경찰이 음식물 반입을 막을 경우를 대비해 조합원들이 비상식량을 숨겨둔(?) 것. 노조는 조합원들이 반납한 라면과 생수, 침낭 등을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라며 성당에 전달.

한편 노조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동원한 쓰레기 봉투는 100ℓ짜리 1,200개. 노조는 또 성당측과의 약속을 위해 조합원들이 1차로 정리한 자리를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정리했다.

○…지난 17일 저녁 비상조합원 총회부터 22일 오전 7시 합의서 도출까지 5박6일 동안 한통노조 조합원들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생리현상의 해결 등 본능적 문제를 극복해 내며 파업투쟁을 했다. 더구나 간간이 비가 내리고 경찰에 의해 천막과 간이화장실의 반입이 저지되면서 조합원들은 고통은 더욱 심각.

하지만 비가 올 때면 대오전체를 비닐로 덮어 인간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고 비닐과 각목들로 즉석에서 천막을 만들고 판자집까지 짓기도. 21일 저녁 간이화장실이 반입되기 이전까지 1만여명 이상의 조합원이 6개의 간이화장실로 버텼으며,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조합원들은 간이화장실의 반입을 막은 경찰의 처사가 '비인간적'이라며 공분.

○…정확한 결산은 안됐지만 노조가 파업기간 중 사용한 투쟁기금은 9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 대부분은 도시락 등 식대로 지출됐으며 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방한대책에도 많은 투쟁자금이 지출. 노조는 시내전역을 뒤져 비닐, 이불, 침낭, 파카 등을 대량 구입,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또한 계속되는 문화행사를 위해 연인원 200여명의 문예팀과 가수들이 동원. 한편 파업기간 동안 이동걸 위원장을 7여명의 경호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근접경호해 눈길을 끌었다. 워커를 신고 파카차림의 이들은 서울지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라고 스스로를 밝혔으나 노조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고용된 사설경호원이라고 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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