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철 사장 경영평가 '극과 극'
2. 황제 스타일과 사기업 문화의 도입
3. 외주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3월30일 철도공사 관할 아산역이 새로 문을 열었다. 아산역은 인구 100만의 신도시답게 건평 7천233㎡(2천192평)로 지어졌고, 승강장도 고상홈과 지상홈이 각 두 개씩이었다. 엘리베이터도 8기였고, 에스컬레이터는 20기가 설치됐다.
문제는 이렇게 큰 역사에 정규직 3명과 외주위탁 인원 7명, 단기 계약직 5명 등 단 15명의 인력만 배치됐다는 점이다. 특히 안전책임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관할 지사인 충남지사는 개통을 앞두고 정규직 21명 배치를 본사에 요청했다. 열차운용, 일반매표, 환승통로, 방재실, 개집표 안내에 각 3명씩이 필요했고 환승대합실에 6명이 근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이를 묵살한 것이다. 충남 지사는 또 전기시설물 유지보수 필요인원 5명을 요구했지만 공사 쪽은 외주업체를 검토했다. 때문에 철도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아산역 외주화 철회를 요구했다. 이는 철도공사의 외주화바람이 최근 사회 주목을 받고 있는 KTX나 새마을호 승무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철도공사 관할 비전철역 가운데 외주화된 곳은 아산역을 포함해 3곳이다. 비전철역은 현재 3군데만 외주화 돼 있지만 공사는 당초 15개 역을 업무 외주화 시범 역으로 정하고 8월부터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일단 멈춘 상태다. 현재 광역전철역에는 100개가 넘는 역이 이미 외주화돼 있다. 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역사 업무외주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인력효율화를 위해 전반적인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승무원 외주화는 빙산의 일각
지난 상반기 철도노사중앙협의회에서도 쟁점이 됐던 철도공사 ‘2007 인력효율화 계획’에 따르면 각종 업무 외주화와 비채산역 정리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930명의 인력을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에는 신설 전철 역무업무, 건축설비 유지보수 업무, 전기설비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위탁을 통해 기존 인원 100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비채산역의 무인자동화와 열차운행 감축, 전철역 매표와 안내 업무 자동화 등 시설·장비 현대화 투자를 통해 336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화물열차 운행사업 축소, 영동선 보조기관차 운행 중지 등 이른바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494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철도공사의 이런 계획은 지난해 8월과 9월 잇따라 나온 정부의 ‘철도공사 경영개선종합대책’과 ‘조직진단 및 직무분석을 통한 철도공사의 조직운영 혁신방안 프로젝트’ 외부용역 최종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조직진단 프로젝트 결과에 따르면 총인원 3만7천581명 가운데 3천810명으로, 10.1%인 현재 외주화 인원을 40%인 1만4천819명까지 외주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 분야별로 보면 역무분야는 보고서 발표당시 953명이던 외주화인원을 전체 역무분야 50%가 넘는 4천404명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승무 분야는 KTX 승무원을 포함해 885명이던 외주 인력이 41.6%인 3천650명까지 늘리는 것으로 보고서는 집계했다. 차량분야의 경우 외주화 비율 28.6%, 시설은 무려 59%, 전기는 36.4%까지 외주화를 통해 효율적인 인력운용이 가능하다고 프로젝트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업무외주화와 업무 축소, 장비 현대화 등을 통해 전 분야에서 7천930명의 인력감축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 조직진단 프로젝트가 장기적인 인력효율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면, 한달 먼저 나온 정부의 경영개선종합대책은 보다 구체적이며 이미 상당부분 시행중에 있다.
정부 대책은 2015년 철도공사 흑자전환을 목표로 인력효율화와 역세권 개발, 적자역 효율화, 자회사 정비 등 철도공사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강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고속철도부채 이자와 일반철도 선로사용료 지원 등 올해부터 매년 1조1천억원 가량의 정부재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에 따라 업무외주화 등 인력효율화, 적자역 정비 등은 철도공사의 '07년 인력효율화 계획'에 나와 있듯이 구체적으로 진행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5개 자회사를 9개로 통폐합해 정부가 요청한 자회사 정비를 마무리했다.
"외주화와 1인 승무제, 안전 장담 못해"
꾸준히 진행되는 철도공사의 업무외주화를 포함한 구조조정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이 각 종 사고 발생 등 이른바 ‘공공성 약화’이다.
철도공사는 2005년에 비해 2006년 운전사고율(운행거리 백만 km당 사고건수)이 0.353건에서 21.8% 감소한 0.276건이라고 지난 6월에 발표했다. 공사는 운행거리 백만 km당 사고건수도 1년 동안 13.8% 감소했고, 선로전기고장률은 41.1%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차량고장율도 4.0% 줄었다는 것이 철도공사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각종 사고와 고장율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와 업무축소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런 통계상 수치로 철도 안전성 등이 보장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잇따라 발생한 가좌역 침반사고, 경북 청도 부근에서 발생한 KTX 운행중단 사고, 경남 밀양역에서 승객 발목이 KTX 열차에 끼인 채 운행한 사고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자칫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이 사건들은 공사출범 당시 시설-운영의 분리, KTX 승무원 외주화가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 잇단 KTX 사고의 경우 승무분야를 외주화하면서 안전조치 권한 및 안전교육 폐지, 인원 축소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밀양역 사고는 승객이 안전하게 열차에 탑승한 뒤 2-3명의 승무원들의 수신호 이후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다”며 “열차팀장과 외주화된 승무원들 간의 의사소통 부족이나 승무원 안전교육 부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승무원과는 달리 두드러지지는 못했지만 시설이나 차량분야의 외주화도 확대될 경우 실제 나타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의원단 정책연구위원은 "공기업 외주화가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설과 차량이 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철도의 경우 명확한 업무분할이 어렵기 때문에 외주화는 최소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제 막 외주화가 시작됐는데 공사화 기간 2년 여 동안의 통계만으로 안전을 장담하는 것은 불장난처럼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외주화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있지만 철도 기관사 분야의 경우 인력효율화 방침에 따른 1인 승무제도가 쟁점이 되고 있다.
공사는 당초 새로 도입된 신형전기기관차에 대해 1인 승무제도를 실시하려 했지만,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일단 중단됐다. 노사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9월10일까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견이 커 합의까지 이를 가능성은 적다.
정창식 철도노조 운전국장은 "노조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이미 1인승무제가 시행중인 KTX 기관사들도 상당한 노동강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사들의 1인 승무제는 각 지역 도시철도에서도 그 위험성이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1인승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의 사고율은 과거 2인승무제로 운영되던 1999년의 부산지하철 사고율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1999년 주행거리 100km당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율은 1인 승무제였던 서울도시철도가 1.065%, 2인승무제였던 부산지하철이 0.454%였다. 주행 장애율은 각각 2.964%와 0.440%, 열차지연율은 4.838%와 0.660%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건설부채로 인한 적자 문제가 심각한 철도공사에서 일정정도의 경영개선 노력은 불가피하지만, 건설부채와 공공성을 맞교환하려는 정부와 공사의 최근 움직임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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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