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농성을 주도, 법정 구속된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이 12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를 향해 '평화적 거점 투쟁'과 '이랜드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노조가 있는 한 이랜드의 외주화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다.<편집자>


'세상에 두려운 것 없다'는 식으로 대량해고를 자행하던 이랜드 홈에버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합원에 대한 해고를 멈췄다. 다니기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폭력적인 인사명령을 남발하던 홈에버는 노조가 점거농성을 시작하자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합원에 대한 인사이동을 중단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과 원직복직 명령이 나왔는데도 '합법적인 계약해지'이므로 복직시키지 않겠다던 홈에버는 노조의 점거농성과 매출 타격투쟁 등이 장기화되자, 처음에는 복직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 8명의 복직만을 약속했다가 나중에는 해고된 24명 중 원하는 사람 전원의 복직을 약속했다.

또한 단체협약에 따라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비조합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면 최소 1천500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보게된다. 노조가 건재한 이상 회사의 외주화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랜드 경영진도 확인했을 것이다.

'비폭력 거점투쟁' 나서야 … 불매운동은 동네마다

이랜드 홈에버는 '중간지대(비조합원)'를 유린한 후 '안전지대(조합원)'까지 파죽지세로 침범했다가, 노조의 반격으로 일단 중간지대까지 물러난 셈이다. 회사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지만 아직 중간지대를 장악한 채 호시탐탐 안전지대를 노리고 있다.

노조 지도부가 구속되고 조합원들은 생계와 피로로 하나둘씩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회사측은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이번 기회에 노조 지도부를 제거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계열사의 모 대표이사가 본사 직원들에게 "이번에 노조를 와해시키면 5년간 편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의 지연전술과 협박전술은 더디지만 효과를 보고 있다. 따라서 노조는 이전보다 강력하게 보다 공세적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승리할 수 있다. 공세적인 투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고, 힘을 모으려면 거점이 필요하다. 난공불락의 대중 거점이 어렵다면 침탈이 불가능한 상징 거점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비폭력 거점투쟁'의 기조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매출 0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결의대회 수준의 총력투쟁은 조합원들의 힘만 빼고 회사의 내성만 길러준다. 따라서 하루빨리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투쟁의 승리를 위해 거점투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불매운동이다. 불매운동의 경우 '근접사격'이 훨씬 유리하다. 불매운동을 알리는 포스터와 선전지를 들고 방송차를 이용해 홈에버, 뉴코아, 2001아울렛, 킴스마트 주변의 동네마다 골목마다 돌아야한다. 어차피 매장 고객의 절반 이상이 동네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해고·차별·감시 없는 일터 만들자던 다짐, 승리 일굴 것

회사는 노조 위원장이 구속되자마자 '새로운 노조 지도부'와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해고될 위험이 없는 본사 관계자들을 구사대로 앞세웠다. 이는 노조 지도부를 고립시키고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위한 비열한 짓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노조의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노동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생계문제와 회사측의 탄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노동자들도 분명 다시 나설 것으로 믿는다. '해고와 차별, 감시'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조합원들은 반드시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사진=정기훈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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