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위원장 김창근)가 은행측의 독선경영을 비판하며 총력투쟁체제에 돌입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2일 서울 을지로 본점 21층 강당에서 분회장과 대의원 450여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5억원에 이르는 특별기금을 투쟁기금으로 전용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투쟁기금을 모금하는 방법과 시기는 집행부에 위임했다.

이로써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된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노사간 개선 논의는 사실상 종결됐다. 은행측도 노조와의 협상종료를 선언한 상황이다. 은행측은 특히 지부에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FM 직렬 책임자 공모'를 강행했다. 하나은행 노사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직렬폐지와 직렬유지 간극 좁히지 못해=하나은행 노사가 충돌하고 있는 것은 차별적인 직렬제도를 폐지하자는 노조측 주장과 직렬제도만은 없앨 수 없다는 사용자측 주장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는 협상과정에서 '가계금융담당그룹-기업금융담당그룹-지원그룹'(주로 본부 소속 직원)으로 조직을 재편해 각 그룹별로 인력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타직렬과 'FM-C/L' 직렬로 나뉜 현재의 구조가 임금수준이나 승진문제에 있어 여성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다수가 정규직 여직원인 FM 직원들이 가계여신 업무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업무장벽으로 인해 인력운용의 비효율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담당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지부의 지적이다.

반면에 은행측은 지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지부에서 "비용이 문제라면 경상적인 고정비 부담부분까지 노사간 입장조율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지만, 은행측은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부 관계자는 "차별적인 직렬제도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나은행의 뒤떨어진 노사관=하나은행의 노사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은행측이 강행한 FM 직렬 책임자 공모제다. 승진을 내걸고 직원간 분열을 조장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1만여명의 직원이 있는 국내 4위 은행에서 강행한 것이다. 또한 은행측이 요청한 노사협의회에 앞서 하루 전 은행장의 불참을 통보하는가 하면, FM책임자 공모제와 관련해 인사팀과 몸싸움을 벌이던 지부간부가 컴퓨터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고소하는 등 비상식적인 노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과 통합하기 전 옛 하나은행노조 위원장 출신인 H아무개 인사부장의 행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H 부장은 "우리(인사팀) 직원만으로도 노조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 관계자는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간부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대상 정도로 노조를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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