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노동부의 이른바 해명자료는 필수유지업무 제도의 도입이 노동계의 이해와는 전혀 동떨어진 노동부의 자의적 해석과 원칙이 그대로 관철된 결과임을 반증하는 것뿐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가지게 된다.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작성된 노동부의 설명은 대략 네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 첫째,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쟁의권을 신장시킨 제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둘째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다는 점, 셋째 대체가능성 및 업무 정폐시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는 점, 넷째 필수유지업무의 분류방식에서 지나친 포괄적 혹은 세분류 방식도 아닌 적절한 수준이 유지되어 노사의 자율성이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그 각각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약은 필수유지업무 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노동법상 대표적 독소조항인 직권중재가 폐지되기는 하였으나, 국제사회로 부터 수차례 그 개념의 폐기 혹은 축소를 권고 받은 바 있는 필수공익사업의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해당사업장에 대해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신설되고, 대체근로가 허용되며, 긴급조정 및 강제중재는 존치되는 상황에서 어떤 가정 하에서 보더라도 노동조합의 실효적 단체행동은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노동3권을 일시에 정지시키는 직권중재라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 역시 동일한 수준의 제약을 명문화하는 3중·4중의 제약장치를 수반한 새로운 제도적 프레임으로 대체된 것일 뿐이며, 이는 쟁의권 제한의 최소화 원칙에 어긋난다.

둘째, 국제노동기준이 밝히고 있는 이른바 ‘필수서비스’ 및 ‘최소서비스’에 대한 노동부의 설명은 지나치게 아전인수적 해석이라는 평가 외에 다른 것 찾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를 별도로 규정하는 ILO의 근본적 취지는 그 명확한 구분을 통해 파업권의 제한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즉, 그 중단이 국민의 생명, 안전 또는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할수 있는 업무로서 파업권이 제한 또는 금지될 수 있는 서비스인 필수유지업무는 우리노동법 체계상 긴급조정의 대상이 되는 필수공익사업과 유사한 개념이다. 반면, 최소서비스란 파업 시에도 근로자의 파업권을 문제 삼지 않으면서 그 운영이 확보될 필요가 있는 서비스로서 신규노동법상 필수유지업무와 그 개념이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마치 필수유지업무 내에 생존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의 구분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달고 있다. 이러한 자의적 변용으로 인해 현행 법체계에서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의 구분은 소멸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중복적 규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당초 법안개정당시까지 유지되던 ‘최소’유지업무라는 개념이 국회내 최종심의단계에서 ‘필수’유지업무로 탈바꿈한 이유가 우연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필수유지업무는 어디까지나 파업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한을 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요건 하에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특정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여 어떤 업무가 정지되었을시 대체가 가능한가, 혹은 그 결과는 어떠한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사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업무대체성의 문제이다. 몇가지 만 살펴보자. 먼저, 현행 법안이 노조의 파업과 공익의 관계를 문제 삼고 있으니 만큼, 실제 노동조합의 조직률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즉, 우리의 노조조직률이 11% 미만이라는 점에서 볼 때,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필수유지업무 설정이 과연 이용자의 입장에서 공익의 보호의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쟁의권의 봉쇄 그 자체에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단위사업장에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과연 사업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수준인가에 대한 판단이 사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특정 업무의 조합원 전체가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하여도 비조합원으로 충분한 사업의 운영이 가능할 경우, 해당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할 필요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설사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한다 하여도 사용자가 충분히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바, 조합원의 파업권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필수유지업무 유지의무 위반시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법체계의 불균형과 연결된다.

더불어 지적할 것은 특정한 공익적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실적인 고려없이 그저 평면적으로 ‘이 업무는 중요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혹은 ‘대체근로 투입이 어렵기 때문에’ 필수유지업무로 설정하는 방식은 극히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의 유일한 관심이 결국 파업권의 제약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즉, 단위사업장에 파업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만약 다른 사업장을 통한 서비스의 공급이 가능해지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나의 산업이라 하더라도 산별단위의 내부 업무 대체성을 고려할 때 기업단위의 쟁의행위를 필수유지업무를 통해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부의 기고문은 필자의 바람대로 역설적으로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노동부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결국 노동조합은 ‘합법파업’의 명목 하에 사용자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하는 파업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필수업무유지인력까지 파업동력으로 끌어내서 파업의 강도를 높일 것인가 판단해야한다는 점이다. 만약 해당 제도가 불법화된 파업이 연속될 가능성을 높일 뿐이며, 따라서 역으로 제도시행의 효과는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면, 과연 지금처럼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말이 얼마나 책임 있는 발언인지에 대해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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