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1일자로 필수공익사업의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장 노사관계자, 공학 전문가, 노동법학자, 관계공무원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약 4개월여에 걸쳐 다양한 논의와 검토를 하였다.

그런데도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둘러싼 노사의 인식에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기회에, 정부의 입법경위와 기준을 밝힘으로써 이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표>
 
 



정부는 이번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정함에 있어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이를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원칙 내지 기준은 그간의 연구용역과 각계의 의견수렴 결과에 따른 것으로 현실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룬 것이라고 본다. 


시행령 노사·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따른 것

먼저, 정부는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설계와 운영의 기본철학을 쟁의권과 공익의 조화에 두고 이를 충실히 구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공익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 필요 최소한의 업무로만 국한, 쟁의권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하였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직권중재와 달리 파업제한이 사업단위가 아니라 업무단위로 바뀐 것이므로 쟁의권이 확연히 신장된 셈이다.

둘째, 사업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 ILO가 말하는 엄밀한 의미의 생존필수적 서비스인가, 그렇지 아니한가로- 대별하여 분석하였다. 전자1)는 공중의 생명·건강 및 신체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로 파업시 대체가 불가능하거나 이에 준할 정도로 곤란한 사업으로서 보다 엄격히 규제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은 아무래도 그 서비스 양을 축소 조정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극히 미미한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에서 검토했다.
반면 후자2)는 사업의 정지 또는 폐지가 단지 공중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평상시 업무의 상당한 축소운영을 수반하는 파업도 가능할 것이므로 전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였다.

셋째, 노조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의 개념에 기초하여 필수유지업무를 선별해내기 위하여 대체가능성, 정지 또는 폐지로 인한 결과와 영향, 업무수행형태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당해 업무를 면밀히 분석하였다. 이를 위하여 노사단체로부터 업무분류표 및 의견서를 제출받아, 이를 기초로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지나친 세분화 또는 서비스총량 접근 배제

넷째, 노사의 다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업무를 최대한 세분하여, 열거하려고 하였다. 이는 법령의 일반적 형식에는 맞지 않다. 그럼에도 필요 최소한업무에 한해 쟁의권을 제약하는 입법취지를 감안, 업무를 가급적 세분화함으로써 필수유지업무만을 구분해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가스나 석유사업과 같이 상대적으로 업무(공정)간 연계성이 높은 일부 사업의 경우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되 유지수준을 통하여 쟁의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일각에서는 시행령안의 업무단위가 다분히 포괄적이어서 불필요한 업무도 필수 유지업무로 포함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업무분류를 지나치게 세분화하게 되면 필수유지업무 협정으로 정할 영역이 줄어들게 되어 노사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나아가 기술발전 또는 공정변화에 따른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단점도 발생한다.

한편, 공정의 연계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 특정 업무를 구별하는 것이 당초부터 곤란하기 때문에 업무를 구분·열거하기 보다는 차라리 서비스 총량방식3)으로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일정수준의 서비스 총량만 제시하고 구체적 실현방법은 노사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전적 공익담보가 가능하고 형벌구성요건(정당한 유지수준) 명확성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정수준의 업무유지율을 사전적으로 제시하는 것의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노사협정으로 정하도록 한 법률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 


필수공익사업장 쟁의권 신장 위한 제도

이렇듯 이번 노조법시행령 개정안은 이해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정부 내 오랜 논의와 다양한 측면의 검토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계 일각에서는 여러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비판의 근저에는 지난 연말 개정된 노조법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한 것이 쟁의권을 신장시키려는 제도개선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제도를 채 시행도 해보지 않고 섣불리 실패를 예단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물론 새로운 시도인 만큼 운영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하루아침에 정착되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는가?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차츰 보완·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입법예고기간 중이다. 합리적 의견제시와 비판적 대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필수공익사업의 노사가 스스로 공익보호와 쟁의권을 조화시키는 자율적 노사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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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중단이 생명, 안전 또는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엄격한 의미의 필수업무)
2)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는 아니지만 공중의 정상적 생활을 위험케 하거나 긴박한 국가적 위기초래 할 업무
3) 일정수준의 서비스 유지율을 법령으로 정하고 그 구체적 이행 방법 등은 전적으로 노사자율에 의함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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