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영진(43) 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사진)이 올해 초 신용보증기금지부에서 금융노조로 투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좌표를 잃고 표류하던 '국책특위호'가 베테랑 선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국책금융기관 출신의 실무급 선장에 목말라했던 금융노조는 국책기관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이 국장의 수혈로 '원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금융노조에서 숨은 일꾼으로 통한다. 금융노조를 이끌어 갈 차세대 반열에 오를 만큼 간부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 이 국장은 "금융노조에 파견돼 각 기관별 현안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며 몸을 낮췄다. 우리은행지부의 김원태 조직부장과 같은 중대에서 근무한 군 장교 출신이다. 이 국장은 "군 장교 출신이라면 보수적이지 않나"라면 지적에 대해 "장교들은 보통 보수적 색채에 가까운 교육을 받지만, 소위 좌파를 자임하는 간부들보다 더 진보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뭘까. 이 국장은 "장교들이 소대원들의 개인적인 성향, 고충 등을 다각도로 파악해야 소대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듯이 노조간부도 좌우 양날개로 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조합원 의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있는 이 국장에게 '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노조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국책금융기관을 겨냥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등은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그는 "기획예산처가 성과주의에 입각해 국책금융기관의 예산·인사·경영을 통제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잘 나타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책금융기관의 설립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 국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된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기능이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국책금융기관을 설립한 것"이라며 "성과주의를 지표로 한 정부의 국책기관 길들이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기관에 예산절감이나 시장성을 추국하라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공공성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따져 측정지표로 삼야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