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자들이 주축인 금융노조에는 국책은행인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금융결제원, 감정원, 자산관리공사 등에 소속된 1만1천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낙하산 인사 저지, 공공기관 지방이전, 자율경영쟁취 등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책금융기관특별위원회(국책특위)'를 구성했지만,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표류했다.

그러나 이영진(43) 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사진)이 올해 초 신용보증기금지부에서 금융노조로 투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좌표를 잃고 표류하던 '국책특위호'가 베테랑 선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국책금융기관 출신의 실무급 선장에 목말라했던 금융노조는 국책기관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이 국장의 수혈로 '원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금융노조에서 숨은 일꾼으로 통한다. 금융노조를 이끌어 갈 차세대 반열에 오를 만큼 간부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 이 국장은 "금융노조에 파견돼 각 기관별 현안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며 몸을 낮췄다. 우리은행지부의 김원태 조직부장과 같은 중대에서 근무한 군 장교 출신이다. 이 국장은 "군 장교 출신이라면 보수적이지 않나"라면 지적에 대해 "장교들은 보통 보수적 색채에 가까운 교육을 받지만, 소위 좌파를 자임하는 간부들보다 더 진보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뭘까. 이 국장은 "장교들이 소대원들의 개인적인 성향, 고충 등을 다각도로 파악해야 소대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듯이 노조간부도 좌우 양날개로 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조합원 의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있는 이 국장에게 '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노조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국책금융기관을 겨냥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등은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그는 "기획예산처가 성과주의에 입각해 국책금융기관의 예산·인사·경영을 통제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잘 나타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책금융기관의 설립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 국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된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기능이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국책금융기관을 설립한 것"이라며 "성과주의를 지표로 한 정부의 국책기관 길들이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기관에 예산절감이나 시장성을 추국하라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공공성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따져 측정지표로 삼야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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