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는 지난 12일 개최된 14차 산별중앙교섭에서 지부 노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안팎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 사업장마다 비정규직들이 다양하게 혼재돼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본부에 있는 비정규직도 복사·스캔 등 단순한 사무보조 업무를 하는 노동자에서부터 비교적 전문성을 갖고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다양하다"며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복지수준을 맞추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 노사의 교섭이 중앙교섭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도 상식적인 수준의 정규직 전환원칙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노사는 지난해 12월 이미 '직군제'를 도입, 3천100여명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지난 6월 부산은행 노사는 '저직급 신설' 정규직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금융노사가 맥 빠진 산별중앙교섭을 전개할 수밖에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산별교섭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이미 비정규직의 해법을 상당부분 찾았고 나머지 기관들도 나름대로 연구를 해 전환방식을 정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 차원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큰 의미는 없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완성 산별노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용자측의 한 관계자는 "각 지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도출한 것에 대해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며 "우리은행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했을 당시부터 지부 노사의 각개약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완성된 산별체계는 아니지만 산별교섭의 틀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금융노사가 2004년 산별중앙교섭에서부터 비정규직 정규직화 의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왔기 때문에 각 지부 노사가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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