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1년 6개월 동안 검토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을 지난 6일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산업은행의 역할 재정립 기본방향을 보면 정책금융수용에 효율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고, 산업은행의 상업적 투자은행(IB) 업무를 자회사인 대우증권으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사진환 위원장(사진)은 "근본적 이슈를 건드리지 못한 잘못된 정책방향"이라고 비판했다. 11일 사 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부의 방안은 투자은행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안 중 대우증권과 시너지를 통한 투자은행업무 선도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한다. 근본적 이슈인 산업은행의 지배구조, 경영의 자율성 보장 등에 대한 비전제시 없이 산업은행 투자은행 기능의 이관을 통한 대우증권의 역량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한국의 투자은행 금융환경에서 산업은행만이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투자은행 경험과 노하우, 네트워크, 리스크 관리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의 진취적 조직문화와 1997년 말 외환위기 전후부터 10년 넘게 신성장동력으로 투자은행 업무 인력을 집중양성 한 결과다. 산업은행 투자은행 업무를 떼어내 대우증권에 이관시켜 선도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안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이자 시대착오적 발상의 산물이다."

- 정부의 발상이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토종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을 둘러싼 통제와 감사, 즉 재경부 통제, 금감원 검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이것도 모자라서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운영에관한 법률에 의한 통제 등을 축소를 해야 된다. 이틀 건너 하루 감사를 받는 지나친 중복감사의 현실에선 투자은행 육성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각종 감사와 예산통제로 산업은행의 우수한 인재가 민간부문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은행을 하려면 산업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길을 터줘야 하는데, 다 막아 놓고 있다. 손발을 묶어 놓고 어떻게 투자은행을 육성하나. 국책은행을 은행으로 보지 않고, 공공기관으로 굴레를 씌운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시스템, 자율경영보장,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적용배제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보상에 대해 인색한 현실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향후 산업은행 직원들의 의사가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 정부가 여론에 떠밀렸다는 조합원들의 지적이 많다.

"정부에서 시장마찰 및 불공정경쟁을 운운하는 것은 외국계가 대주주인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며 투자은행 업무를 도외시하다, 이제와서 산업은행이 개척해 놓은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속셈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이들의 주장에 편승하는 것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정부가 투자은행 업무 이관 결정기구로 옥상옥의 '정책금융심의회의'를 두기로 한 것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 언론은 '국책은행 구조조정 지연'이란 관점에서 정부의 방안을 평가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국책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나 중요한지이다. 국책은행이 없었으면 외환위기 극복과 신성장산업 육성이 가능했겠냐. 국책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 속에서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적인 기능은 도외시하고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산업은행이 정부에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을 함으로써, 세수 확보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지난해 배당금 3조원 중 2조원 이상이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된 점을 직시해야 된다. 이런 점에서 국책은행을 구조조정 하라고 지적하는 것은 국익보다는 외국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결코 되지 않는 방향이다. 마녀사냥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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