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사 교섭의 결렬은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노동부 장관이 중재자로 직접 나섰고, 민주노총 위원장과도 사전에 교감이 된 만큼 거의 ‘되는 판’이 아니었냐는 전망이 컸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도대체 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만든 판이 왜 깨진 것일까. 가장 중요한 ‘열쇠’는 대량해고와 외주화의 위협 앞에 놓인 당사자인 노조가 빠졌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노조는 교섭장에 앉기 전까지 10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벌어진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오히려 언론을 통해 노조가 농성을 해제할 것이란 소식을 듣고 기자에게 확인할 정도였다.

정부와 사용자 그리고 기자까지 알고 있었는 데 당사자인 노조만 몰랐다는 얘기다. 때문에 10일 교섭 전 이 장관이 미리 밝힌 협정문에 실릴 것이란 △노사 성실 대화 △노조 매장점거 해산 △해고자 53명 잠정 업무복귀 △정부 수배자 신변안전 등 4개항도 노조가 잘 모르는 내용이란 주장이다. 도대체 53명의 근거는 어디서 나왔냐고. 홈에버 해고자는 왜 빠졌냐고 노조가 뒤늦게 묻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노동부의 중재가 당사자에겐 소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민주노총과 교감이 있었다하더라도 교섭도 하기전에 협정문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이 노사협상의 ABC다. 교섭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농성해제 가능성이 흘러나왔다는 것은 노동부가 신중치 못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왕 노력해서 어렵게 만든 자리였다면 제대로 교섭을 붙일 전략을 갖고 접근했어야 한다. 설사 교섭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더라도 적극적인 중재를 발휘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노조는 왜 교섭 중재의 전후과정을 몰랐을까. 전 날인 9일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노동부 장관을 만난 것을 시발로 교섭이 성사된 것이라면 노조에도 제대로 소통이 됐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은 민주노총과 이랜드노조의 소통부재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랜드 교섭 결렬은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재에 나섰던 노동부는 얼굴을 들기가 어렵게 됐고 농성은 장기화의 길로 가고 있다. 이랜드 교섭 결렬의 ‘뒤끝’은 11일 정부가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갖고 노조의 조기농성 해제를 촉구하는 강경한 목소리로 선회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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