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열린 '2007 한국사회포럼 대토론2: '외환위기 10년, 그 야만의 시대'에서 주제발표를 한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지난 10여년 간 한국사회경제에서 일어난 일의 경과와 그 귀결은 '주기적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의 항상적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은 '경제불황→구조조정→경제회복'이라는 관점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항상적 구조조정이 체제 성격으로 굳어져=유 교수에 따르면 자본주의체제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의 '월가-백악관-재무부'의 삼자복합체 가설에 입각해 외재적 변수를 중심에 두고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재벌체제와 국가주도의 이른바 '동아시아 모델'을 지적하면서 내재적 변수를 중심에 두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까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유력한 또 하나의 해석은 자본주의 체제가 본원적으로 안고 있는 '과잉생산'의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 의하면 한국의 외환위기는 자본주의적 과잉생산이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되도록 만들면서, 오히려 자본의 집적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말해, 과잉생산의 모순이 해소되는 계기의 연속선상의 관점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불황을 계기로 촉발되는 주기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의 경제체제가 다른 하나의 상태로 옮겨가는 불연속적 과정이 반복됐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에서 추출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주기적 구조조정의 관점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과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유 교수는 현재 한국자본주의 체제에서 계속되는 구조조정 그 자체가 '하나의 체제 성격'으로 격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항상적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했다. 항상적 구조조정이 체제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노동자의 삶에도 '항상적 불안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진단이다. "나의 경제적 삶은 향후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내 아이는?" 식의 불안감이 노동자들에게 내면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융합 가속화=유 교수는 또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과 함께 중국에 가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융합하면서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적 수익성 원리를 노동자·경영자·정부 모두에게 강요하는 금융우위의 경제질서(금융화)를 '금융화'로 해석하고, "금융부문이나 제조업이나 각각 전통적인 고유의 자본 순환 방식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구분이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재벌그룹이 은행 없이도 은행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등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자본의 우위가 항상적 구조조정이라는 경제체제적 성격을 특징으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자본이든 산업자본이든 '자본'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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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