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새벽, 대전시내버스노조가 11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했다. 파업을 바라보는 대전 시민들과 언론의 시선을 차가웠다. 하지만 왜 파업에 돌입했는지, 파업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도출됐는지 지적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장기파업의 원인은 명명백백하다. 바로 대전시의 여론 조작과 무책임, 버스준공영제 제도운영 실수의 책임 회피를 위한 파업 유도에 기인한 것이다. 준공영제 도입 과정에서 사용주 임원 인건비와 원가를 높게 책정해 세금을 낭비하고 이에 대한 사후적 감독을 방기했던 대전시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운전기사 인건비 삭감이다.

대전시는 버스준공영제 개혁방안으로 시내버스운전기사의 30%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건비 삭감이 개혁의 과제인 양 호도했다. 수요증대, 수익금 확대를 위한 수송효율극대화에 대해서는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전시의 사후 지도 관리 부재와 버스 사업주들의 비도덕성에 따른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대전시의 파업 유도는 전략은 교섭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대전시는 파업 돌입 이전, 노사간 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한번도 교섭에 참여해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다. 파업 돌입 직전 지방노동위원회 조정과정에서 과장, 계장이 나와서 노사간 논의 내용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또한 대전시내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320만원이라고 조작하면서, 물가인상률 2.5%를 초과하는 임금 인상은 불가함을 언론을 통해 전파했으며 파업 이후에는 3.0%라는 근거없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이다.

대전시의 여론조작은 성공했다. 모든 언론사가 대전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월320만원이나 받는 귀족노동자라고 질타하면서 ‘떼쓰기 파업’은 시민들의 질타와 심판을 받을 것이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전시는 관변단체를 동원해 ‘파업 철회’와 ‘파업 지속시 버스준공영제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서와 집회, 광고를 조직했다.

너무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었다. 대전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은 22일 만근 시 156만원이며 대전시가 평균으로 제시한 24일 근무 시 181만원이다. 여기에 분기별 받는 상여금을 한달씩으로 나누고 각종 수당을 다 포함해도 220~240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전시는 퇴직금 충당금, 4대보험 사측 부담금, 제복비, 장갑비 등 경영비용을 모두 포함한 1인당 인건비를 임금으로 둔갑시켜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181만원은 월급명세서에 찍혀 나가는 금액이며, 나머지 140여만원은 개별월급 통장에 직접 입금되고 있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월급명세서, 월급통장, 원천징수영수증까지 공개하면서 대전시가 운전기사들의 임금을 조작하고 있다고 알렸다. 사라진 140여만원에 대한 경찰 조사를 의뢰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 지방 언론은 대전시의 조작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임금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정도로 치부를 감추는 데 급급할 뿐, 대전시 양홍규 정무부시장의 ‘잘못을 인정한다. 공개사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행인 것은 대전지역의 양심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파업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 대전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단체들의 성명서와 입장을 언론사들은 자의적으로 짜깁기하거나 일부 발췌해 마치 노조가 모든 책임이 있는 양 보도를 했지만 말이다.

한국노총과 우리 연맹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성실교섭에 임했다. 파업 이후 몇 차례 노사간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합의 사항에 대해 ‘불가’라며 합의 내용을 폐기시킨 것은 대전시다. 대전시 말대로 ‘교섭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가 자율교섭하고 우리는 권고만 할뿐’이라면 왜 노사 합의 사항에 대해 대전시가 마음대로 폐기하는가? 지난 7월2일 밤 10시에 합의한 내용을 5시간이나 지난 다음날 새벽 3시가 다 되어 노사가 합의서에 서명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대전시 일개 계장이 합의서를 검토한다고 붙들고 있었기 때문 아닌가!

‘귀족노동자의 떼쓰기 파업’이라는 오명에 대전시 버스 운전기사들의 가슴에는 원통함과 억울함, 분노가 가득하다. 대전시는 여론을 조작해 노조 파업을 장기화로 유도했음을 인정하고 공개사과해야 한다. 우리 버스운전기사들이 대전시를 믿지 못하는 한, 대전 시내버스 안정과 버스준공영제 개혁은 ‘하룻밤의 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건비를 줄여 제도 운영의 미숙함을 감추려 하지 말고, 수요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현실에 맞는 운영지침을 세워야 버스제도 개혁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버스제도 개혁의 일부인 버스준공영제가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승객들과 대면하는 운전기사들의 고민이 함께 녹아나야 한다.

정책 결정과 운영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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