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지금 심한 충격에 휩싸여 있다. 네덜란드의 간판은행이자 전 세계 53개국에 진출해 있는 183년 전통의 ABN-Amro 은행이 매각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을 입법화한 한국에게 ABN-Amro 은행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매일노동뉴스>는 네덜란드 사례를 분석한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조 국제부장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네덜란드는 경제규모가 작고 무역에 의존해 먹고사는 개방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재벌기업은 ABN-Amro, 유니레버, 필립스, 로얄더치 쉘, ING 등 대외 의존형 및 대기업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국가의 대표은행이 헤지펀드에 의해 해체위기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대항할 수 있는 저항세력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창업열기조차 식어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보호주의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덜란드의 자존심인 ABN-Amro는 헤지펀드 주주들에 의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네덜란드의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는 일 말고는 어떤 방법도 남아있지 않다. 만약 ABN-Amro가 외국계에 매각된다면 네덜란드 기업의 안전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네덜란드의 자존심 ABN-Amro

ABN Amro는 2006년 이태리의 Banca Antonveneta Spa 매입 이후 비용이 늘어나고, 미국·남미·대만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계속적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2007년 1분기의 수익은 31% 증가하였는데 주로 미국의 모기지사업의 매각수익 덕분이었다. 수익의 원천을 살펴보면, 이자수익이 50%, 수수료 수익이 25%, 그리고 무역 및 투자관련 수수료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영업실적의 부진과 헤지펀드들인 주주들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매각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ABN Amro의 최고경영자(CEO)인 Rijkman Groenink는 6년 전 설정한 목표수익을 최근 달성하지 못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주주들로부터 은행의 전략을 수정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는데, 그는 지난해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은행의 주식가격보다 떨어질 경우 은행의 매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와 명성이 있는 은행이 40%의 프리미엄을 제의한다면 논쟁을 하지 않고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ABN Amro의 3% 주식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 TCI Fund Management(영국 소재)는 올해 2월21일 은행의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 되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은행의 완전한 해산을 요구했다. 이 헤지펀드는 2년 전 Deutsche Boerse AG의 최고경영진 축출을 주도했던 악명 높은 펀드다.

프리미엄’에 목매는 헤지펀드

지난 3월18일 영국의 2위 은행인 Barclays 은행은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서 ABN Amro를 매입, 유럽금융시장에서 2위로 올라서며 약 1천550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그럴 경우 합병은행은 HSBC에 이어 유럽에서 2위의 위치를 굳히면서 전 세계 21만7천며의 직원을 거느리고 4천7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채권판매 분야에서도 미국의 시티은행이나 독일의 Deutsche 은행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주주인 TCI 헤지펀드는 은행을 압박해 Barclays은행으로 제한하지 말고 더 높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당사자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입찰신청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일방적인 매각계약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처사라고 맹공격을 가했다.

4월23일 Barclays은행은 670억 유로에 인수합병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ABN-Amro의 마지막 배당을 포함해 계산하면 주당 36.25 유로에 매입하는 것으로서 3월 16일 주식종가보다 33%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또한 미국의 LaSalle은행을 제외하고 통합인력의 약 6%인 1만2천800명을 감축해 28억 유로를 만들어내고, 1만800개의 일자리를 저임금 국가인 인도로 이전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삭감을 통해 2010년까지 약 35억 유로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4월25일 Royal Bank of Scotland(영국 1위 은행은 HSBC, 2위 Royal Bank of Scotland, 3위 Barclays Bank임)는 스페인의 Santander은행과 벨기에의 Fortis그룹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이 은행을 722억 유로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매입방식은 주당 39유로로, 70%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30%는 주식으로 지불한다는 것이다. Barclays의 가격보다 13%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LaSalle은행의 역할

Barclays 은행의 매입전략은 합병 후 유럽 제2위의 은행(1위는 HSBC)에 올라 시티은행과 Deutsche 은행을 능가하는 채권판매 역량을 키우고자 한 것이었다. 따라서 ABN-Amro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LaSalle은행은 미국의 Bank of America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ABN-Amro 매입을 계획했다.

LaSalle은행은 미국의 금융 중심지 중의 하나인 시카고 지역(미시건주)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다. 이 지역의 1위 자리는 JP Morgan Chase & Co. 가 차지하고 있는데, 339개의 지점망과 400억 달러의 예금을 보유하여 시장점유율 15%를 자랑한다. LaSalle 은행은 1927년 National Builders Bank of Chicago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지난 79년 네덜란드의 ABN-Amro가 인수했는데, 이 은행의 주요상품은 소비자금융과 자산관리업, 부동산대출업, 현금관리업 등이다.

ABN-amro는 주택대출사업을 지난 1월 시티은행에 매각했다. LaSalle은행의 자산은 1천130억 달러인데, 412개의 지점과 370억 달러의 예금자산을 보유해 시장점유율 14%를 기록하고 있다. 이 은행은 앞으로 사건의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ABN-Amro의 수익의 19%가 이 은행으로부터 나왔는데 10억 달러의 매출에 8.78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2억 유로로 약 12%를 점유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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