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14개 정부투자기관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도로공사 외에 조폐공사, 관광공사, 석유공사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석탄공사, 농촌공사, 철도공사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전년에 비해 평가 점수가 상승했지만 토지공사와 한전, 코트라, 농촌공사, 석탄공사는 점수가 하락했다.

도공, 기관-기관장 모두 1위

기획예산처는 20일 공공기관운영위를 열고 2006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도로공사가 83.5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석탄공사가 69.3점으로 꼴찌였다. 14개 기관 평균은 77.8점으로 전년에 비해 0.8점 상승했다. 각 기관의 임직원은 평가 순위에 따라 기본급의 200~500%까지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도로공사는 전년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라 직원들이 500%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고속도로 IC 설치 등 시설개량, 신호체계 개선, 영영인력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톨게이트 시간당 처리차량이 전년에 비해 6.5% 향상됐고, 교통혼잡정보 종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고속도로 지·정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도로공사는 기관장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2004년 12위, 2005년 3위에 이어 2006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3년 연속 경영혁신 최고수준인 6단계를 달성하고 ‘이노미팅’이라는 혁신기법을 개발해 3천500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창출한 것이 높이 평가된 결과”라고 밝혔다.

조폐공사는 전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회사 비전을 ‘세계 최고의 보안제품 생산기업’으로 바꾸고, 홀로그램, 은선 등 첨단 위변조 방지장치가 적용된 새 은행권을 자질 없이 제조·공급하면서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도공사 꼴찌 탈출 성공했지만

반면, 토지공사는 전년 1위에서 8위로 떨어졌고, 주택공사도 6위에서 9위로, 코트라는 4위에서 11위로 밀려났다. 전년 꼴찌였던 철도공사는 2단계 상승했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토지공사는 혁신도시 예정지의 땅 값 관리 미흡 등 사업수행 적정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코트라는 인사조직과 재무, 예산관리 등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산하기관 평가결과도 공개됐다. 정부산하기관은 75개 기관을 8개 유형으로 구분해 유형별로 평가한다. 결과에 따라 직원들에게는 100~200%의 성과급이 주어진다.

유형별로 1위는 △검사·검증(11개 기관)-한국전기안전공사 △문화·국민생활(10개)-한국정보문화진흥원 △산업진흥(13개)-한국정보사회진흥원 △연수교육훈련(5개)-한국청소년수련원 △연구개발지원(6개)-한국학술진흥재단 △건설시설관리(8개)-한국철도시설공단 △금융·수익(7개)-대한주택보증 △연기금운용(15개)-기술신용보증기금.

연·기금운용 유형에서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전년 11위에서 10단계나 뛰어올랐 1위를 차지했고, 신용보증기금도 12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6위에서 9위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5위에서 10위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10위에서 15위로 각각 떨어졌다.

송희준 정부산하기관 평가단장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별한 잘못보다는 다른 기관의 점수가 올라간데 따른 상대적인 결과”라며 “주택금융공사는 정부부처의 상품보다 취약한 상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금융·수익 유형에서는 대한주택보증,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거래소 순으로 1∼3위를 차지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9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내년부터 실적위주 평가 탈피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산하기관으로 나누어 평가는 기존 경영평가는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운영법의 유형분류에 따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구분해 실시된다.

유형분류가 바뀌면서 기획예산처는 경영평가제도 자체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현행 1년 실적위주의 평가에서 기관의 설립목적에 충실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성과관리의 일환으로 사업계획 수립, 실행과정의 노력 등도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 재설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영평가 상승한 철도공사 “이철 사장 덕분”
노조 “구조조정 잘해서, 승무원 교섭 영향 관심”
2005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가 2006년 평가에서 12위로 두계단 오른 철도공사 쪽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각 기관 사장평가에서 14등을 했던 지난해에 비해 7계단 상승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공사는 20일 보도자료를 내 “‘만년 적자’,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벗고, ‘우리도 이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철 사장은 “코레일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빠른 변화를 이뤄내며 비로소 경영정상화의 큰 가닥을 잡았다”며 “이런 엄청난 변화 앞에서 인내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 준 모든 임직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이철 사장이 지난해 7월 새로운 경영철학인 ‘뿌리경영’을 선포하고 공기업 사장으로는 최초로 월급중 1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적립하는 등의 노력 덕분에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또 계열사 통폐합, 철도경영정상화대책 발표 등도 좋은 평가를 받은 원인으로 평가했다.
 

반면 철도노조 쪽은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으면서도,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노사교섭에 미칠 영향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김형균 노조 교선실장은 “기본적으로 경영평가라는 것은 구조조정을 잘하면 등수가 올라간다고 본다”며 “그만큼 철도공사가 지난 1년 동안 강경한 노사관계와 구조조정 등에 주력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하위를 기록할 경우 승무원 교섭에 미칠 악영향을 내심 우려하기도 했다. 정치인 출신인 이철 사장이 잇달아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으면, 문제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데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올해 경영평가 결과가 다소 상승함에 따라, 이철 사장이 정치권 복귀에 앞서 교섭 막바지에 부담을 덜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리기가 좀더 용이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노조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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