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부 10쌍 가운데 4쌍은 적어도 한 사람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당수의 가정이 ‘건강 문제’에 직면해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건강과 노동시장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노동연구원 이승렬 연구위원은 14일 ‘노동자의 건강상태와 노동시장 성과: 실증적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이 좋지 않은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반면 그 배우자는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동자의 임금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간의 한국노동패널 원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부부가 모두 건강한 경우는 57.9%로 나타났다. 즉 부부 10쌍 중 4쌍은 가구주나 배우자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은 건강문제에 직면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2003년 기준으로 병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는 25.9%로 이 가운데 67.3%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무급가족 종사자, 일용직 노동자, 미취업자, 저학력자, 장년층, 농업 및 어업 관련 숙련종사자, 단순노무자, 장시간 근무자의 질환보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소외계층의 건강상태가 더 나빴다. 노동자 스스로 건강상태를 평가한 주관적 건강상태도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미취업자>일용직 노동자>무급가족 종사자>고용주·자영업자>임시직 노동자>상용직 노동자 순으로 건강상태가 취약하다고 답하고 있다.

1999~2005년 종사상 지위가 파악된 2천109명을 상대로 살펴보면 병을 가진 사람 가운데 미취업자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상용직 노동자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이승렬 연구위원은 “그 기간에 상용직노동자 비중이 감소한 측면도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질환 여부가 경제활동 주체의 노동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임금노동자로 취업했던 개인을 상대로 2003~2005년 취업상태를 분석한 결과,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남성 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공급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배우자의 건강이 나쁠 경우는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이 없는 여성의 경우도 남편의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우, 취업시장에 뛰어들거나 남편이 병을 앓고 있는 경우 부인의 노동시간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편이며, 이는 남녀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승렬 연구위원은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해 아직 통계적으로 가구주나 배우자의 건강 악화가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않다”고 말했으나 “기본적으로 본인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실직하거나 노동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배우자는 치료비 부담 등의 소비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경제활동참가로 나서는 일종의 부가노동자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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