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산하 11개 국책금융기관으로 구성된 '국책금융기관 자율경영쟁취 특별위원회(국책특위)'는 4~5일 양일간 강화도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투쟁을 위한 전초전으로 전면 배치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의 통제 때문에, 국책금융기관들이 기관 설립 취지에 맞는 정책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성과측정 기준이 시장논리… 단기업적주의 매몰 초래

국책특위 관계자들은 정부의 예산통제, 조직통제 등으로 기관 설립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금융기관들이 시장 실패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관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평가하지 않고, 기획예산처를 앞세워 일률적인 성과평가기준을 들이대고 관리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설명이다.

신재우 신용보증기금지부 정책국장은 "기획예산처의 평가기준이란 것이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 평가이다"며 "수치만 가지고 일렬로 줄을 세워놓는 평가"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기획예산처의 평가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중소기업지원이란 신용보증기금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보증을 축소하고 보증료를 인상하는 방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대상 기관의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국책기관이 수행하면서, 오히려 원성만 사고 있는 형국이 초래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산처의 성과측정 기준이 시장논리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방향에 얼마나 순응하느냐가 기관평가의 기준이 되고, 이는 각 기관의 설립목적보다는 '단기 업적주의'에 매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예산처의 성과측정 기준이 유도하고 있어, 국책기관장들은 구조조정, 연봉제 실시, 임금삭감, 예산절감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책기관장들의 임면권을 쥐고 있어, 국책기관장들은 소신 있는 기관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임기 중에 뭔가 새로운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성 평가기준을 공공성 평가기준으로 대체해야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예산처의 시장논리에 입각한 성과측정 기준을 국책기관의 설립취지에 맞게 얼마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따지는 공공성의 관점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송인필 산업은행지부 부위원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임금을 삭감시키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정부가 국책기관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져있다"고 말했다. 국책기관 고유의 목적을 정부는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주의 잣대를 국책기관 평가에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책기관평가 항목과 관련해, 공공성을 평가지표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금융노조 차원에서 수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나타난다고 참석자들은 분석했다. 정규직화 비용을 예산처에서는 각 국책기관이 알아서 하라고 하지만, 국책기관들의 예산이 꽉 짜여진 상황에서 정규직화를 어떻게 달성해야 되는 것인지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책기관들의 상대적 고임금이라는 언론플레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공기업과 사기업, 공무원 등의 임금테이블을 모두 공개해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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