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3일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앞두고 ‘차별시정제도 안내서’를 내놓고, 나름의 차별적 처우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각 언론사의 보도와 각계의 반응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노사는 각자의 입장에서 ‘안내서’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핵심적 내용인 차별시정제도가 우리 노사관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는 노·사 모두의 관심사인 동시에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공익위원 공통지적 최종안내서 왜 반영 안했나

금년 7월 시행을 앞둔 비정규직법상 차별시정제도가 우리 법제에서 그 유례가 없는 낯선 제도로서 해석지침이 필요하다는 것과 노동부도 법을 집행해야 할 주무부처로서 유권해석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은 일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의 차별시정제도 안내서는 말 그대로 내부적 안내서에 그쳐야지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의 차별판단에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아니된다.

더욱이 노동부가 변화된 노동시장 상황과 고용형태의 다양화 추세에 역행하는 법 해석기준에 얽매여 잘못된 차별판단 기준을 고집할 경우 이러한 ‘안내서’는 자칫 사용자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오히려 합리화 시켜주는 구실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우려에서 노동부로 하여금 ‘차별시정제도 안내서’를 발표하기 이전에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위원회’에서 사전 검토와 논의를 거칠 것과 노·사·정·공익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내용을 안내서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노사정위원회에서 안내서 초안을 검토한 결과, 안내서 내용은 주요쟁점에 있어 외견상으로 ‘갑설’ 또는 ‘을설’을 제시하여 다양한 해석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 부의 입장” 이라거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시 다수의견”이라고 표기하여 어느 한쪽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또한 안내서 초안은 법의 적용대상과 범위, 차별판단의 기준에 있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사례나 공익위원(학자들) 다수의 견해와도 차이가 있었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간의 의견차이로 ‘차별시정 안내서’의 수정방향에 대한 합의를 할 수는 없었으나 노·사 및 공익위원들의 의견을 담은 논의결과를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의 내용이 관계부처의 단순한 지침에 불과하더라도 노동계 위원과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들조차도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들은 최종안내서의 내용에 반영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원회 논의된 결과조차도 공개하는 것을 꺼려했다.

“사용·파견사업주 모두 임금차별 책임주체” 반영해야

한국노총은 ‘차별시정제도 안내서’에 나온 내용에 있어 적어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정 보완되어야 하며,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결과가 존중되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파견법상 상시근로자의 수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사업주의 직접 고용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 상시고용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적용범위를 정하는 것은 그 사업장 규모와 규범 준수 능력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파견근로자를 배제할 이유가 없으며,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파견법의 차별판단의 비교대상이 사용사업주의 동등유사한 일을 하는 직접 고용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도 사업장의 근로자수에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 단시간근로자, 심지어 가내근로자”도 상시고용 근로자 의 수에 포함시키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도 파견법상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에 있어 파견근로자를 포함해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둘째, 차별시정의 대상이 되는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의 범위에 있어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조건만이 아니라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및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리한 처우를 차별금지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 공익위원의 다수도 차별금지영역을 사전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차별적 처우를 금지영역에 포함하되,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교대상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 차별시정의 주체가 파견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사용사업주 및 파견사업주이며, 차별시정의 결과 받을 수 있는 임금은 파견사업주에게 지급하는 파견수수료를 제외한 임금부분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된 노동자의 임금보다 불리하지 않게 처우되어야 한다. 공익위원들의 다수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였다. 파견법 법문에서 차별시정 주체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내서에서는 사용사업주를 임금차별 시정주체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차별의 실질적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사용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즉 ‘임금’에 대하여 차별을 하더라도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해결해 줄 능력도 권한도 없는 파견사업주만이 피신청인으로서의 책임주체라는 것이다.

“채용경로 차이 차별 합리화는 자의적 해석”

넷째, 차별과 관련한 시정명령은 과거의 차별을 시정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차별도 금지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차별시정이 실질적인 의미와 실효성을 가지려면 당연히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차별시정 명령에는 차별로 인하여 미지급된 임금만이 아니라 향후 차별적 임금의 지급중지, 차별적 임금을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의 수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차별시정을 요구한 비정규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차별시정의 효력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기간제근로라는 단기고용의 특성에 따른 불리한 처우(공헌보상적 특별지급금품, 근로의욕 고취목적의 격려금, 특정 직무수행능력 향상훈련)”를 합리적 차별을 인정한 것은 합리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 만약 안내서의 내용대로 급여지급의 명목에 향후 근로의욕의 고취 목적이 있다면 기간제근로자를 배제시키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단정할 경우 사용자는 모든 경우 장래를 위한 근로의욕의 고취 목적이 있다는 형식적 이유를 제시하여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여섯째, 채용경로 차이로 인한 차별을 합리화 부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획일적 해석도 매우 자의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우를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사용자는 채용조건․기준이 다름을 이유로 비정규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채용의 경로․절차 등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불합리한 차별을 합리화 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히 채용 경로의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합리화하는 해석을 해서는 안되고, 만약 이러한 내용을 넣는다면 “경력, 자격증의 요건”에 국한하는 것이 악용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안내서의 내용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념을 혼동하여 사용하면서 사업별 또는 사업장별 차별의 합리성을 부여한 점이나 차별시정의 상대방을 근로계약 당사자로 한정한 점,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부분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노동부의 안내서는 행정부 나름의 유권해석에 불과한 것이고, 개별 사건에 있어 차별시정 기관인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부의 차별시정 안내서의 내용은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법후속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한 바대로 차별시정안내서와 관련 노동계뿐만 아니라 공익위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하여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향후 노사정위원회의 결의한 바대로 차별판단 기준들에 대한 노·사·정의 의견과 공익위원들의 견해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한편, 향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노동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확보방향을 더욱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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