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공연예술단체 최초의 노동조합으로 주목을 받았던 세종문화회관노조. 그러나 화려해보이는 외양에 비해 그들의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9월 회관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조합원 9명이 해고되고, 2명이 징계되는 가운데 결국 노조는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 갔던 것. 그러나 지난 15일 노조는 10개월간의 투쟁과 66일간의 천막농성 끝에 결국 노조는 회관측과 '해고자 원직복직' 등의 합의로,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본지 16일자 참조)

"투쟁이 이렇게까지 길어질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노조가 무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처절한 싸움을 될 줄이야…"

이웃집 아저씨마냥 순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광화문 한가운데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에 막을 치고 단식농성이라는 결단력을 보여왔던 이용진 노조 위원장(52).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공무원 신분을 벗어나서, 공연의 주체자로서 새로운 공연문화 활성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노조의 뜻이었는데, 회관측은 '예술가가 무슨 노동자냐'며 노조를 탄압했던 것입니다."

다시말해 그간 노조의 투쟁은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전체 공연문화 발전에 한몫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현재 잠정합의를 이룬 단협안 중 '공연문화발전위'를 노사동수로 구성해 경영, 공연활동 등등에 대해 협의, 거시적 안목에서 민주적 공연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이제 '노동조합'으로서 해야할 역할에 대해 대한 책임기대도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이번 투쟁을 하면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등의 상급단체의 지지·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성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란 설명. 이에 앞으로 비슷한 공연예술단체에도 나름대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 연대활동에 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과제로서 소박한 꿈을 조심스레 얘기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관객들에 대해 '고고한 자세'에서 벗어나질 못했지요. 그런 자세로는 국민·시민에게 기여하는 예술활동을 펼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내려와서 곁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하는 기간동안 한양대 의료원 위문공연도 가보고, 고려대에서 조그만 연주회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가질 생각입니다. 공연을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노조가 주체가 돼서 찾아가야지요."

투쟁기간 중에도 공연 연습에 열심이었던 이 위원장은 지난 74년 서울시향 교향악단에 입단, 27년째 호른을 연주해온 베테랑 연주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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