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자본시장통합법에 반대하며 첫 옥외 집회에 나섰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동만)는 3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자통법은 금융산업의 영역별 장벽을 해체하고, 흡수합병을 통한 통폐합을 촉진시켜, 결국 금융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내몰 것이다"며 법제정에 반대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그 동안 자통법 의제와 관련해, 국회 재경위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과 입장 전달 등 비교적 소극적인 반대 투쟁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날 옥외 집회를 시작으로 대외투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통법이 6월 임시국회에서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투쟁의 강도와 수위가 전면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선 금융노조가 자통법을 금융권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험한 금융노동자들은 자통법이 흡수합병을 통한 금융권 빅뱅을 유도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인원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 김동만 금융노조 위원장은 "자통법은 금융산업의 향후 10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며 "금융노동자의 생존권 확보 투쟁,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이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의 투쟁동력이 자통법 반대투쟁으로 급속히 결집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금융노사 산별임단협이 시작된 이후, 자통법 반대 투쟁이 산별임단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변수로 금융노조 안팎에서 지적됐는바, 예상했던 규모와 수위를 넘어 '자통법 변수'가 금융노동자의 응집력을 촉진시키는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임간부 위주로 개최된 이날 집회에서도 KB국민은행지부, 농협중앙회지부, 우리은행지부, 신한은행지부, 조흥은행지부, 하나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한미은행지부, 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전북은행, 수협은행지부 등 금융노조 산하 전 지부가 참석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로 금융노동자의 위기의식이 형성 및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증권사에 지급결제시스템을 허용하는 것이 삼성자본의 수년에 걸친 로비 때문이라는 금융노조의 진단과, 한미FTA 협정문 공개 이후 자통법이 한미FTA의 사전정지작업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의 확신, 증권사의 지급결제시스템 허용 이후 전개될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요구 예상 등이 교차되면서 자통법은 금융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이라는 등식이 형성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동만 위원장은 "지급결제 허용은 증권사에 은행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는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진환 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지급결제기능이 허용되면 삼성은 사실상 은행을 소유하는 효과를 본다"며 "시장에선 벌써 삼성이 이미 은행을 소유했다는 말도 들린다"고 지적했다.

금융업종 간 장벽을 허무는 자통법은 또한 지방경제의 촉매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은행들의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자통법은 지방은행 몰락을 가져오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경제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다"며 "참여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법안이 자통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지방은행지부 소속 간부들의 참여도가 높았으며, 이강본 전북은행지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삼성그룹의 2중대라고 지적하면서, "제2의 IMF 칼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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