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한파가 또다시 밀려오고 있다. 경기위축에 덧붙여 구조조정과 계절적 요인이 겹친 탓이다. 아직은 실업률이 3%선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이지만 대학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내년 2월에는 실업자수가 약96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다 할 것이다.

말할것도 없이 최고의 실업정책은 일할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은 반드시 고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야 한다.

가능한 한 해고는 최대로 억제되어야 하고 부득이 해고할 경우에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한편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기업의 고용능력을 키우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1980년대 불황기에 미국기업은 경영혁신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 와중에 근로자들은 정리해고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실업이라는 고통을 겪었지만 구조조정에 성공하자 이제는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지금 구조조정과 국가부도의 갈림길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이 나라는 지난해 마이너스 3.5% 성장에 이어 올해도1%미만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데다 국가부채는 1,23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억달러의 추가지원을 받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정책실패 탓도 있지만 대결적 노사관계도 한가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우리에게 주는 한가지 교훈은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자칫하면 힘겹게 살려놓은 경제를 환란의 수렁으로 빠뜨릴 우려가 있다는 경고이다.

이점을 감안하여 노사 모두 소모적대결의 무모함을 깊이 통찰하고 다시금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사용자는 노조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반면 노조는 무조건 반대하는 극한 투쟁을 지양해야 한다.

비록 구조조정이 경제회생의 지름길이라 하더라도 시장논리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자의 처지도 고려하는 사회통합적 접근이 이상적인 방식이다.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진국가의 합의모델이다. 네덜란드 노사정은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던 1982년 임금, 훈련, 근로조건에 대해 협약을 맺고 파업을 배제했다.

이런 상생주의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네덜란드 경제는 최근 4%대의 적정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실업률은 한때 두자리 수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3.2%로 떨어졌다.

우리에게 있어 앞으로 1년은 구조조정과 파업, 그리고 실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국경제가 위기의 후유증을 말끔히 청산하고 선진국처럼 안정성장형으로 탈바꿈하느냐, 아니면 남미처럼 위기를 반복하느냐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기이다.

기업가와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환란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손을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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