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평가원(산기평)경영진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수사와 관련, 산자부에서 경찰청, 수사 담당자까지 이르는 릴레이 압력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엄정한 수사와 관련자 사퇴를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 21일 정수일 강남경찰서장의 입에서 시작했다. 이날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청장이 ‘밥값 정도를 수사해서 언론에 보도되게 했느냐’며 ‘당신도 누구와 밥 먹을 땐 밥값을 낸 적 있지 않느냐’고 질책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장이 장관을 어디서 만나 항의를 들었나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서장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산하기관이 정부 부처에 밥을 사는 것은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은데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간 시끄러운 문제로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들었다”고 밝힌 것. 전화 사실을 부인했던 김장관도 이를 인정하면서 꼬리를 문 압력 행사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산기평 수사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산기평 임직원들이 정부 과천청사 주변에서 법인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된 사실이 지적된 뒤 올해 4월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애초 국장급 정도만 연루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산자부 장관까지 나서는 것을 보니 최 고위층까지 사건이 연루돼 있는 모양”이라며 비꼬았다. 그는 “그동안 산자부에서 산기평 문제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은 있어왔지만 실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며 “더욱 엄정하게 수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가 나서 관련자들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경찰청장의 산자부 장관 감싸기”라며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경찰청장이 로비를 위해 향응을 제공하고 공무원들의 회식비용을 대납한 것에 대해 밥 먹은 것도 수사하냐고 질책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는 못할망정, 그런 것도 수사하냐고 일선 경찰을 비아냥거리니 무슨 제대로 된 수사가 있겠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자신들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싸고 돈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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