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정책협의회 소속 간부들은 22일 KB국민은행 대천연수원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고, 후선역직위제도 개선, 영업시간 단축 등 임단협 핵심 안건을 토론했다.

각 분과별로 대응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노조는 이날 워크숍에서 각 지부의 특수한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노사 간에 역할을 분담해 모의 임단협을 진행했다.

분과별로 나눠 진행된 토론에서 후선역직위제도는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된다는 데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후선역직위 제도는 평가를 통해 점포장들을 후선업무에 배치, 배치되는 순간부터 임금의 삭감 등이 가해지는 등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퇴출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점포장이 후선역에 배치되면, 6개월 동안 평가항목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한 단계 상승, 달성하지 못하면 연봉의 20% 삭감, 또 6개월 뒤 평가를 통해 달성 못하면 삭감된 연봉의 80%로 다시 삭감되는 제도로 전 은행권에서 상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단, 금융노조 산하 한미지부의 경우 후선역제도를 노조의 투쟁으로 돌파했으며, SC제일은행지부도 지난해 10월 노조의 투쟁으로 연봉의 80%에서 더 이상 후퇴가 없는 제도로 후선역직위제도를 개정했다.

정연갑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후선역제도는 사용자에게 칼자루를 주는 것으로, 각 영업점마다 점포장 간의 과다경쟁을 유발하게 하는 것도 후선역직위 제도"라고 지적했다.

후선역직위 제도가 상시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점포장들은 후선역에 배치되지 않기 위해 직원들을 압박하게 되고, 결국 후선역직위 제도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금융노동자의 노동강도는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지부 관계자는 후선역제도의 폐지는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단기적으로는 금융노조가 제시한 '근로조건 저하 없는 후선역직위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징계를 받은 직원, 실적이 최하위 5% 정도 등 후선역직위에 배치되는 직원들의 기준을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기본급은 삭감하지 않고 성과급만 조금 삭감시키는 등 임금 삭감 폭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시간 단축 안건 놓고 노-사 모의교섭
정책협의회 워크숍에서는 또 영업시간 단축 안건을 놓고 노사 모의교섭도 진행됐다. 금융노조는 이날 대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실제 고객들이 한달에 몇 번씩 영업점 창구를 방문하는지, 영업시간을 단축했을 경우 실제 무엇이 불편한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모의 임단협에서 사용자측은 "각 영업점 운영시간을 점포장의 재량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관공서에서 3시까지 근무를 한다고 하면, 공공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은행도 공공성을 띤 기관이라고 하는데, 영업시간 단축은 공공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점포장들은 영업시간을 최대한 늘리고자 할 것이다.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는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고, 허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경영진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은행은 80년대 후반부터 고객을 차별화시켜왔다. 또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인력을 구조조정 했다. 노조가 중시하는 영업시간 단축의 배경 등이 알려질 경우, 사측이 오히려 여론의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등의 답변으로 응수했다.
 

또 사측은 영업시간 단축보다 늦은 퇴근문화를 개선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할 일이 없는데 노동자들이 퇴근하고 있다는 것이냐. 현재 노동자에 대한 평가시스템은 세분화되어 있어 점포직원이 신용카드 몇 장을 팔았는지 등의 실적이 체크된다. 다른 기본업무를 잘해도 실적이 안 좋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퇴근할 수 있느냐. 이런 상황을 정확히 봐라" 등으로 응수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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