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내부갈등을 빚어온 전국공무원노조가 결국 양분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 내 법내파들은 2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결성을 선포하며, 사실상 현 권승복 위원장 체제를 전면 부정했다. 또한 ‘조건부 총투표안’을 결정한 19일 전국대의원대회에 대해 ‘반쪽짜리 대회’라고 평하며, 그 결정사항에 따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설립신고를 위한 조합원 총 투표를 마친 산하 조직(4만여명 추산)은 ‘법외노조 고수’ 방침과 무관하게 곧 설립신고를 내고 법내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2년 3월 설립된 공무원단체 최대조직인 전국공무원노조가 반으로 쪼개지고 있다.

 

비대위 "더이상 분열 지켜볼 없다"

비대위에는 얼마전 동반사퇴한 10명의 지역본부장 및 부위원장들을 비롯한 ‘전국공무원노조 정상화와 대통합 준비위원회’ 쪽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비대위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현 지도부 및 법외파를 강력히 비난했다. 비대위는 “어려운 시기 희생자구제기금을 2만원씩 조직해내던 수만명의 소중한 조합원들이 조직을 이탈하는데도 어용이라고 비아냥거리고, 공무원노조가 크게 하나되기 위해 조합원총투표를 요구한 동지들을 가르켜 행자부의 프락치라 매도했다”며 “조직분열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모자라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자신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폭력으로 무산시키는 반조직적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또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정상적인 의사결정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현재의 조직상황”이라면서 “더 이상 분열과 파편화를 지켜볼 수 없음을 인식하고 조직을 사수하기 위한 비상한 각오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또한 비대위는 지난 19일 대의원대회의 결정 ‘대정부 교섭의 성과에 따라 법내진입을 위한 총투표를 하자’는 것을 전면 부정했다.

비대위는 19일 대의원대회를 “규약과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대의원대회의 개최 요구를 일축한 채 절대다수인 대의원을 배제하고, 대의원 배정에서부터 선정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노조의 규약과 규정을 철저히 무시한 반쪽짜리 대회”고 규정했다. 또한 비대위는 “결정사항에 대해서도 참여 대의원마다 각기 다른 해석으로 결정사항이 불분명한 그야말로 혼란만 가중시킨 요식적 대의원대회”라고 규정했다.

또한 권승복 현 위원장의 잇따른 담화와 입장발표에 대해 “계속된 의사결정 번복은 위기를 넘어 이제는 조직붕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비대위 결성이 공무원노조 조직의 양분으로 봐야 하는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 내 3분의 2가 조직진로를 (법내로)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집행부의 독선으로 그것을 막고 있다”면서 ““이미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 집행부와 별도로 우리 나름의 조직을 가지고, 공무원노조의 규약과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미 법내 진입 찬반투표를 진행한 지부들은 설립신고를 할 것”이라면서 “시기는 6월 말 경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봉섭 비대의원장(부산본부장)은 “구체적인 상황은 5월말 지부장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미 다수 조합원의 뜻은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부 "비상하지 않은데 왜 비대위냐?"

이같은 비대위 결성에 대해 현 집행부 쪽에선 ‘반 조직행위’로 규정했다. 김정수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위원장-사무처장-수석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지도부가 건재하며, 대의기구와 집행기구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비대위를 결성하는 것을 어떻게 인정하겠냐”고 반문하며 “반조직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정상적으로 노조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양분상황이 진정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몇 개월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미 양쪽의 신뢰는 바닥을 드러낸 상태.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두개의 조직이 양립한 가운데 서로 대표성을 주장하며 싸울 것으로 본다”면서 “사태가 해결되고 봉합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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