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안산공과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조교 생활을 시작한 송수미씨(27). 송 씨에게 조교 생활은 직업을 의미했다. 이름만 조교이고, 일하는 곳이 과 사무실일뿐 하는 일은 일반 행정직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에게 조교는 직업이다.

교직원과 다른 것은 교원연수를 받을 수 없고, 직원들 체육대회에서 제외되고, 직급과 급여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직업 경력으로 인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대학노조 안산공과대지부는 지난 2005년 파업을 시작해, 근 1년을 싸웠다. 이들은 1년단위로 근로계약을 하거나, 아예 근로계약서 작성도 없이 조교로 일하는 상황을 바꿔보려 했지만 다 이기진 못했다.

1년동안 파업을 해서 얻어낸 것이 ‘5+3+3 제도’, 5년간 조교로 일한 후에 재평가를 해 3년을 다시 일하게 되고, 다시 재평가해서 3년을 다시 일하게 되면 직원으로 채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조교가 직원이 되기 위해선 11년이 필요하다.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조교는 40여명이었으나, 학교 쪽에선 각 과당 2명이었던 조교를 1명으로 줄였다. 현재 안산공과대의 조교는 28명. 이 중 조합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재평가 과정에서 대부분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조교 직원되려면 11년 소요"

파업 이후 들어온 조교들은 1년 미만의 기간으로 학교와 근로계약을 채결하고 일하고 있다.

결국 이 학교에는 5년, 3년 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1년 미만으로 갱신해야 하는 ‘더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교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부는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정부안을 17일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정부안에는 기간제 특례 대상에는 대학 조교가 새롭게 추가됐다. 노동부는 “수행업무의 특성상 기간제법으로 사용기간을 규율하는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기간제 특례 대상에 포함한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노동부의 ‘이유’에 대해 송수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책 만드시는 분이 조교 일을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름만 조교지 공부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몇 년 일하다 잘리면, 경력도 없고, 나이도 어중간한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조교는 스쳐가는 일"

조교는 과연 '조교'인가? 사전적 의미의 조교는 “대학의 교수 밑에서 연구와 사무를 돕는 직위”이다. 일반적 인식상의 조교는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장학금과 생계비를 받기 위해 교수의 일을 돋는 자이다. 스쳐가는 일이며, 직업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난 2005년 10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전국대학노조가 조사한 ‘대학 조교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조교는 직업으로 조교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조사는 총 223개 대학(국공립 38개, 사립대 185개)에서 제출한 대학 내 조교노동자 현황 자료(조교현황자료(성별, 유형별, 정규·비정규별), 임금지급형태에 따른비교, 임용규정, 개별급여현황, 주요업무형태조사)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체 대학의 59%에 해당하는 대학의 조교들의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조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조교 수는 약 2만2천580명에 이르고 있는 데. 이중 학생조교가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업형조교는 38%를 차지하고 있다. 국공립 4년제 대학의 경우 학생조교가 39%, 직업형조교가 61%, 사립 4년제의 경우는 학생조교가 80%, 직업형조교가 20%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전문대의 경우는 국립과 사립의 거의 대부분이 직업형 조교이며 사립전문대 중 단 한곳이 학생조교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223개 대학의 조사를 토대로 “전국 373개 대학에 4만1천911명의 조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2005년 현재 고등교육기관의 전체 사무직원 수 38,547명(2005년 4. 1일 기준 교육통계연보)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결국 학사업무의 많은 부분을 조교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만5천명에서 2만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조교는 생계수단이며, 직업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5년 이상 근속 가뭄에 콩나 듯

그러나 이들 조교들의 고용 안정성은 대단히 취약한 상태. 조사 보고서는 “대학에서 조교임용은 6개월 또는 1년, 2년의 계약으로 되고 있다”면서 “약 92%에 해당하는 인원이 5년이하의 근속기간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4년제 국립대의 경우는 5년 이하가 약 85%에 이르고 있지만 5년이상 근속연수를 가지고 있는 인원이 15% 정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립대의 경우 조교가 교육 공무원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고용안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립대의 경우는 5년차 이하가 99%에 이르고 있어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5년차 이상의 조교 수는 국립대의 경우 전체 2천572명중 약 409명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3천41명 중 5년차 이상인원은 47명뿐이다.

이렇다면 이들의 임금은 어느 수준일까. 조사 보고서 따르면 국립대학의 경우 연간 평균임금은 2천214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립대의 경우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임금지급기준에 따른 것이다.

반면 사립대의 경우는 연간 1천279만원으로 국립대학의 57%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사립대학의 조교들이 고용불안과 더불어 심각한 저임금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대학들이 불안정한 고용에 저임금 노동자를 채용하는 수단으로 조교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교라고 부르지 말라"

서울 시내 소재 한 대학에서 6년째 일해온 한 조교는 심지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조교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냥 직원이다. 조교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차별받고, 같은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돈도 적게 받는다.”

실제로 한 서울시내 대학의 경우, 2003년 기간제법에 걸려서 일부 조교의 고용을 보장해주는 대신, 이후 들어온 조교들은 1년11개월씩 고용계약을 채결한 바 있다. 동일노동 대비 차별적 임금과 고용불안, 직업형 조교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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