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1일부터 14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대토론회가 열리게 되게 까지는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정들이 존재하였다.

우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칼날이 남녘 노동자들의 목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시기가 적절하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민족적 대업인 통일문제에 관한 남북 사이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대의에 따라 결국 양노총은 애초 예정보다 약간 축소된 대표단을 파견되게 되었다.

*결코 쉽지 않게 도착한 금강산 장전항

또한 이규재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에 대한 그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방북불허조치와 직총 측의 추가 초청장까지 받은 공공연맹 김대협 부장에 대한 승인절차 포기, 냉전적인 방북교육과 각서 요구 파문 등 민간의 자주적인 통일사업에 대한 격려와 지원보다는 방해와 걸림돌로 인식되게 만든 당국의 참으로 까다롭고 졸렬하기 그지없는 태도와 관행도 문제로 되었다.

12일 오전9시 천신만고 끝에 다다르게 된 금강산 장전항에서는 직총대표들이 버스를 준비해 두고 반가이 마중하면서 남쪽대표단을 토론회 장인 금강산여관으로 안내하였다.

예정된 토론회 일정이 매우 촉박했던지라 참가자들 중 회의(실무)운영위원들은 금강산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미처 여장을 풀 사이도 없이 1차 회의운영위원회를 열고 전체 방북일정 및 당일의 토론회 진행순서등을 확정하고 상호 준비해 온 발제문과 토론문, 참가자 명단(민주노총 17명, 한국노총 14명, 직총 40명)등을 교환하였다.

각각 조직적 절차를 거쳐 서로 교환한 발제토론 문건들의 내용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에 기초한 6.15남북공동선언지지관철의 과제에 대한 남북노동자들의 기본인식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확인되었다.

12월12일 오후2시20분 마침내 직총 리진수 부위원장의 사회로 역사적인 남북노동자통일대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남북노동자계급의 단합과 남북공동선언의 관철을 다짐하는 렴순길 직총중앙위원회 위원장의 개막인사 발언에 이어, 민주노총 허영구 단장, 한국노총 권원표 단장의 순으로 개막인사가 진행되었다.

축사와 연대사들이 소개되고 이어 민주노총 윤영민 광주전남본부장의 사회로 토론회 기본토론이 들어갔다.

토의에서는 림광남 직총 부위원장, 도성환 한국노총 공공연맹위원장, 이홍우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수석부위원장의 기조 발제에 이어 다시 리명호 직총 중앙위원회 선전부장, 하원준 한국노총 도시철도노조위원장, 박준석 민주노총 울산본부 본부장, 리주진 조선기계금속 및 동력광업직맹위원장 리주진의 순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직총의 발제, 토론자는 "남북노동자대표들이 통일대토론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다름아닌 남북공동선언의 결과"라고 하면서 "외세는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위협하고 민족의 이익을 침해하는 주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단결력과 조직력을 자기의 근본속성으로 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은 민족의 운명 속에 자기의 운명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국통일의 길에서 서로 굳게 연대하고 공동보조를 취해나가야"하며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요구하는 각 계층 인민들과 운동단체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해주고 그들과 목소리를 합치며 공동행동, 연대운동을 더욱 힘있게 벌려나가야"할 것이라고 하면서, "민주노총과는 지난 시기 여러 계기들을 통하여 연대, 단합의 길이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노총이 우리 당 창건 55돌 경축행사를 계기로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이어 통일대토론회에 참가한 것은 북과 남의 노동자들의 단결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음을 높이 평가하였다.

한국노총 발제토론자들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아래 "이제 노동자들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이 후퇴할 수 없도록 전민족적인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발제하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위한 사업으로 2000년 5월1일 세계노동절 기념 남북노동자대회 및 기념축제 개최를 제안하였다.

민주노총의 발제토론자들도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의 내용을 확인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노동자의 당면 실천과제로 '국가보안법 철폐, 북미평화협정 체결, 군사비축소와 사회복지비로의 전환, 주한미군 철수, 일본군국주의 부활 저지, 연방제 통일방안 확산'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6.15남북공동선언은 조국통일을 위한 장전으로서의 그 본래의 의미대로 평가되고 관철되어야 하며, 애초의 합의 취지와는 다르게 폄하, 왜곡하거나 그 성과를 노동자와 민중들에 대한 탄압과 수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고, "아울러 남북의 노동자들은 제국주의자들의 반노동자적인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공동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하면서 조국통일을 앞당겨내기 위한 상설연락기구로 가칭<조국통일남북노동자회의>의 구성과 <노동자통일협력기금>의 조성을 제안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통일축구 및 3조직의 각 연맹, 지역별 대표의 상호교환방문추진 등의 사업과 "이 토론회가 정례화 되고 통일의 그 날까지 우리 노동자들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 계속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어서 휴식을 위한 정회 시간동안 열린 2차 운영위원회에서는 세 조직의 발제 토론문들을 기초로 정리된 공동호소문 초안을 검토하면서 제시된 초안을 보다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각 조직의 참석 대표자들이 같이 검토해야할 필요성 등에 따라 회의는 다음날 다시 속개하기로 하였다.

*보고싶은 옛친구를 만난 듯

자기 소개를 하면서 기다리던 전체 참석자들은 직총이 제공한 연회장으로 이동하였다. 정겨운 표정들로 테이블마다 "조국통일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연발하며 연대의 술잔을 마주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각각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모두들 참으로 오랜만에 보고싶었던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약간은 들뜬 표정들이었다.

다음날은 밤새 각각 검토한 공동호소문초안을 검토 합의하여 타자정리를 부탁해두고는 관광일정에 나섰다. 조국강토의 아름다움과 관광 안내원의 친절하고 재치있는 말솜씨에 흠뻑 취해들면서 해금강 등 구룡연지구를 관광하며, 멀리 보이는 남녘의 통일전망대를 북녘에서 바라보게 되는 감회를 새로이 느끼면서, 이제 더 이상 분단의 장벽을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되겠다고 하는 결의들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는 짧지만 뜻깊은 일정이었다.

오후에 속개된 토론회에서는 한국노총 이정식 대협본부장의 사회로 각 조직 지도위원들의 토론회 정리발언에 이어, "조국통일 3대 원칙과 그 구현인 6.15남북공동선언을 공동의 강령으로 삼고 조국통일의 기수가 되어 그 관철을 위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자!"는 3조직 대표의 남북노동자들에게 드리는 공동호소문 낭독하고, 참석자 전원이 뜨거운 박수로 호소문을 채택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표단들은 직총에서 준비한 모란봉 교예단의 민족의 지혜와 기량을 과시하는 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직총 대표단 및 관계자들에 대한 답례만찬을 공동주최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교통편 때문에 반나절이 단축된 일정의 마지막 날은 아쉽게도 금강산 등산을 못한 채 직총 측이 준비한 연환(연대환영)모임을 갖고 통일기차놀이 등으로 우의를 다짐하며 우리의 소원 노래를 끝으로 눈물의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의 한 지도간부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사상(반공)에는 투철한 사람이지만 민족 앞에 서니 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참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 아쉬운 작별인사도 서둘러 마치고 다시 장전항으로 돌아오면서 다시는 겨우 터진 이 통일에의 물꼬가 결코 다시는 막히지 않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양노총 대표단들은 절감했다.

끝으로 당국자들은 어렵사리 승인을 내주게 된 것만도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식의 관료적이며 고압적인 사고를 하기에 앞서, 6.15 남북공동선언이 갖는 의미와 국민대중의 의식변화 그리고 봇물처럼 분출되고 있는 통일에의 요구를 당국자들이 인식하기를 덧붙이고 싶다. 법과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행정관행에서조차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부터 해야할 것이다.

또한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대중들로부터 노동자대표조직으로 인식되어 온 양노총의 이번 방북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적어도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면 관련 제도와 법률의 개폐에 보다 책임 있고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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