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 기획예산처의 예산지침, 국책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장악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대상으로 대 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15일 산하 11개 지부로 구성된 '국책금융기관 자율경영쟁취 특별위원회' 지부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정책협의회를 즉각 구성해 향후 대정부 투쟁의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이나 예산지침이 산별임단협을 무력화시키고, 임원추천위원회는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합법화 시키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

안기천 국책금융기관 자율경영쟁취특위 위원장은 "산별 임단협을 하더라도 예산처나 재경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정부 투쟁방향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 등 각 지부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찾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올 상반기에 내년 예산 등의 윤곽이 마련되기 때문에, 상반기에 강력한 투쟁을 집중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통분모 찾는다 = 금융노조 국책특위에 포함된 11개 지부는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지부 대한주택보증지부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지부 기술신용보증기금지부 주택금융공사지부 수출보험공사지부 자산관리공사지부 등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 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됐다. 금융노조의 고민은 이처럼 각 기관들의 상황이 다른 것이 대정부 투쟁의 응집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통된 분모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각 지부에서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으로 낙하산인사저지 관련 법제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중 일부 독소조항 개정,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내려오는 지침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정부 투쟁의 방향도 이와 같은 사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물리력 우선이냐, 법제도 개선 우선이냐 = 지부대표자들은 투쟁의 방법론을 두고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물리력을 전면에 배치하고 나가야 되느냐, 물리력을 후선에 배치하고 법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되느냐 등의 논쟁이다. 윤영균 주택보증지부 위원장은 "물리력을 동원하는 투쟁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며 "협상창구에 금융노조가 적극적으로 참가해 요구사항을 제출하고, 관철이 되지 않을 때 물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의 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정책적인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윤 위원장의 지적이다. 사진환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각개전투는 투쟁하다가 마는 선에서 멈추는 형식이 될 것이다"며 "올해 임금가이드라인을 깰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일석 금융결제원지부 위원장은 동시다발적 투쟁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전체 국책특위 11개 기관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선 공동투쟁을 전개해 나가고, 각 지부 현안을 따로 소주제로 잡고 투쟁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 노동계, 왜 연대투쟁 못하나 = 기획예산처는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을 분류해 장악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대정부를 상대로 연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주상배 감정원지부 위원장은 "기획예산처와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맥락은 낙하산 인사, 예산편성지침으로 인한 자율경영 봉쇄, 임금가이드라인에 따른 노사자율교섭 배제, 경영평가에 따른 각 기관 운신의 폭 저해 등이다"며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과 금융노조는 연대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처가 공공기관을 장악해 나가는 것과 같이, 노조도 결집체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자군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도 원칙적으로 결집체를 구성해 대정부 투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예산처 장관이 재벌 총수처럼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명배 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도 노동계가 총력 집합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 "노동계 주장이 관철이 되지 않고, 계속 밀려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계의 저항이 시원찮아서 그렀다"고 진단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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