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훌륭한 노동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엘지경제연구원 김범열 연귀위원은 13일 일과 생활의 관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조류인 '파급적 관점'을 지지하면서, "일 또는 생활 어느 한 쪽에서 발생하는 불만족은 다른 부문에도 나쁜 영향(파급효과)을 미쳐, 전체적인 성과와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추진 전략을 모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엘지경제연구원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은 지난해 6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인력들의 전직을 방지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 이후, 경영계에 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론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영계에서도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기업의 생산성도 향상시키는 '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론을 전략적으로 모색할 시기가 됐다는 '적극적'인 주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금융노조가 올해 산별임단협에서 '영업시간 단축'론은 늦은 퇴근시간으로 은행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현저하게 무너져 있어, 이를 복원시키자는 주장이기 때문에, 김 연구위원의 주장은 금융노조의 영업시간 단축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경영계에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일과 생활의 균형’, 사치 아니다 =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은 노동자들이 일과 생활을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경영진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여전히 사치스러운 개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비판한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자들도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으며, 신세대들은 일 못지않게 자신의 취미, 여가 활동을 중시하고, 조직에서의 성공보다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직하는 노동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경영진들은 빨리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떻게 달성하나 = 김 연구위원은 경영진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 달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단연 '노동하는 것을 즐겁게 해주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김 연구위원은 "노동자들에게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하고, 파편화된 업무보다는 전체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노동자들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 및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흉내 내는 원숭이'로 노동자를 만들지 말고, 개인의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김 연구위원은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뢰하기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노동자에게 부여하기 △결과 중심으로 평가하기 △노동자의 선택을 존중하기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주5일 중 하루는 프로젝트 연구 = 김 연구위원은 구글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스톡옵션을 주거나 연봉을 올려주는 것보다는 경력 개발을 돕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조직성과를 높이는데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엔지니어들이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5일 중의 하루를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드라이크리닝, 세차, 저녁식사예약 등 업무 외 소소한 잡일을 회사가 대신 처리해 주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심지어 집에서 전화 회의를 통해 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화 요금은 회사가 부담하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회의 스케줄을 잡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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