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민주노조 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나는 깡보리밥에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 그냥 물 말아 먹고, 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 테이프 덕지덕지 넝마처럼 기워 입고, 한 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새끼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그냥 쥐새끼들처럼 뒹굴며 살걸 그랬습니다.”(2003년 10월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 추모제에서)

노조탄압과 빚더미에 노동자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그의 추모사는 전국의 노동자들을 울렸다. 동지를 떠나보내는 그의 글은 매번 화제가 되면서 전문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여성 용접 노동자 출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수필집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를 펴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글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의 역사이자, 필자가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은 십대 후반 집을 나서 시작한 노동자 생활, 그 절망과 그로부터 스스로 어떻게 노동자라는 존재의식을 받아들이게 됐는지를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표사하는 글로 도입부를 장식한다.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내가 곧 그들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도 치욕스럽지도 않았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 내가 달라져야 그들이 달라진다는 생각. 그들이 딛고 선 땅이 변해야 내가 딛고 선 땅도 변한다는 생각. 눈물은 곧 다짐이 되었고 가슴벅찬 환희가 되었다. 인간이 참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고 박창수와 고 김주익 등, 수많은 ‘노동열사’를 만들어 낸 우리시대의 비극도 빠트리지 않았다.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 그 꿈을 포기해서 그 천금 같은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단단한 어깨를, 그 순박한 웃음을,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수 있다면, 그렇게하도 하고 싶습니다.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의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입니까. 어쩌자고 그렇게 착하고, 어쩌자고 그러허게 우직했단 말입니까?”

또 “서러움이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을 보라. 우리가 잃은 게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의 눈빛을 보라. 연대를 말하려거든 100일째 펄럭이는 천막에 가보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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