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관이 삼성을 상대로 투쟁중인 노동자들에게 뚫렸다. 울산, 평택, 군포 등의 삼성 공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해고된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 본관 앞에 9, 10, 11일 3일간 집회신고를 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공동투쟁단’을 결성해 수차례 시도 끝에 삼성 본관 앞에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내고, 오는 10일을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의 날’로 선포했다. 이날 오후 2시 집단해고 당한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들과 삼성해복투, 삼성 협력업체인 코레노, 쎌콤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울산본부, 경기본부 등과 함께 삼성에 맞서 공동투쟁을 벌인다.

삼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들뿐 아니라 삼성이 채권단으로 참가하고 있는 한국합섬과 삼성 관련 기사가 빌미가 돼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사저널 노동자들, 다산인권센터, 이젠텍 노동자들도 참가해 이날 집회는 지역과 업체를 뛰어넘어 삼성 무노조 신화를 뛰어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투쟁단은 지난 7일 오전 삼성 본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세계 초일류 신화는 기적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일한 땀의 결과임에도 삼성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다”며 “세계 일류 삼성의 뒤편에는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의 절규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또 공동투쟁단은 “10일 집회는 삼성이 가장 먼저 버리고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맞서 민주노조 깃발을 꽂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삼성과 투쟁하기, 특히 해고자들이 삼성 사업장이나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기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삼성이 직원을 동원해 집회를 선점해 버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은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삼성 직원들과 남대문경찰서에서 몸싸움을 벌이기로 했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집단해고된 후 한달 넘게 고용승계 투쟁을 벌이고 하청업체 하이비트 노동자들은 지난 6일 밤 공장 앞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울주경찰서를 찾았다가 삼성SDI 직원들에게 폭행당했다. 삼성SDI 측이 매번 집회를 선점하는 바람에 해고자들이 순번을 정해 울주경찰서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밤 12가 되면 집회신고서를 접수하는 고육지책을 썼다가 삼성SDI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울산지부 간부들이 폭행당하고 여성 해고자들이 성추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삼성SDI 노무팀 소속으로 보이는 사람 6명을 성추행과 폭력으로 울주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뿐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하이비트 노동자들은 삼성SDI 측이 출입문 앞 집회를 선점하는 바람에 공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언양이나 통도사 입구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SDI 대대적인 구조조정
혹시 ‘C급 사원’을 아세요?
삼성SDI 울산공장에서는 브라운관 부문사업 구조조정으로 올해 초부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다.
 

지난 3월26일부터 4월1일까지 브라운관 사업부 전체가 휴무를 했고, 이후 7월 중순까지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3조 2교대 근무를 해왔던 삼성SDI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현재 4조 3교대로 근무가 변경되어 한 조가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월차, 연차로 순환휴직을 대체하고 있어 임금도 90여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SDI 울산공장(공식 명칭은 삼성SDI 부산사업장)은 조만간 폐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내기업 노동자들은 7월쯤 또 한번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을 예상하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삼성SDI에는 세 종류의 노동자들이 있다. A급은 정규직 사원이고, B급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준정규직 사원이다. C급은 입사를 비정규직으로 한 경우다.
 

삼성SDI는 98년 외한위기 때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사내기업을 설립케 하고 4천명을 사내기업으로 보냈다. 이들이 B급인 전환사원들이다. 2000년~2003년 전환사원 중 자연감소한 인원이 생기자 대대적으로 비정규직을 모집해 입사시켰다. 이들이 C급 사원이다.
 

이들 B급과 C급 사원들에 대해 지금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급인 정규직 사원들에게도 삼성SDI는 개별면담을 진행해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
 

김영균 금속노조 울산지부 부지부장은 “사내기업인 그린전자 노동자들이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하며 사내식당에서 침묵시위를 벌여 징계를 받고는 금속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며 “A급이 해고되고 나면 B급이 해고되고, 그 다음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공장 전체가 암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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