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증권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부외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은 6일 '금융구조의 변화와 은행의 역할'이란 보고서에서 "은행의 핵심예금 비중 감소, 외국 금융기관의 진출 확대, 자본시장 육성정책의 시행 등을 감안하면 은행의 대차대조표상의 규모증대로 나타나는 대출증가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이 지적했다.

부외(off-balance sheet)거래는 주로 수수료 수익을 발생시키는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으로, 부외항목은 가치나 비용이 결정돼 실제 자산이나 부채가 될 때까지는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선물,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 신용공여 등 이자율을 이용한 금융상품, 인수합병과 같은 기타항목 등이 부외항목에 포함되며, 일반적으로 교차판매, 현금관리, 자산관리 등 비이자수익을 총칭한다.

이 연구위원의 부외거래 활성화 지적은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상 부채항목인 예금 및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유가증권이나 대출채권 등 자산을 늘리는데 집중해왔으나, 이와 같은 영업행태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다. 은행들이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통한 자산불리기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 금융의 증권화 추세 = 이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이 결제비용을 절감시키고, 후선업무와 같은 비숙련 노동을 컴퓨터로 대체 할뿐만 아니라,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는 능력의 향상으로 연결될 경우, 금융의 증권화(securitization)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기술혁신은 기존 금융업무를 분할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금융업무의 재편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투자상품을 상품제조와 판매로 분리하고, 대출생성, 위험관리, 서비스, 자금모집 등으로 구성되는 대출업무 중 자금모집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위험측정이 가능한 모든 대출 대상은 증권화가 가능하게 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 은행의 진화가 필요하다 = 이와 같은 금융의 증권화 추세에 대응하는 부외거래를 활성화한다면 경제 내에서 은행의 역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전통적인 은행 경영관행을 고집할 경우 은행의 위상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상업은행 전체의 영업수익 중 비이자이익의 비중은 43.3%에 이르렀다는 점에 그는 주목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30%를 밑돌던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금융의 증권화가 확대됐던 1990년대 초반부터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은행은 대차대조표상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손익계산서에는 나타나는 부외거래를 활성화했다"며, 국내은행도 진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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