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는 글

최근 노동부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안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법무부와 함께 마련했다고 하는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도 발표하였다. 이들 시행령 및 지침의 제정 및 개정은 사실상 비정규직법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정규직 보호의 완성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하 노동부 시행령안 및 지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기간제법 시행령

정부가 발표한 기간제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정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에서 제외하는 기간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과태료 부과의 방식 등이다.

과태료 부과 방식을 애초 노동부가 약속했던 대로 사람 단위로 부과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4인 이하 사업장에는 고용보호 규정은 물론이고 차별 시정 규정도 적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게 되었다. 이 중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비정규직법을 입법하면서 기간제 노동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면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선전해 왔고, 그것을 기간제근로자 보호조치의 핵심 내용으로 설명해 왔다. 정부의 그런 방침에 의할 경우 그 예외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사용자가 실제로 2년 이상 사용하여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할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최소한 그런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넓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그 예외를 최대한으로 넓혀 놓았다. 위 시행령은 박사학위 소지자, 기술사, 주요한 전문 자격증 소지자, 일정 소득 이상의 관리자 및 전문가 등을 모두 예외 사유에 포함시키고 있다. 각 사유별로도 문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도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정부 스스로 ‘보호조치’라고 선전한 ‘무기계약화’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로서 위와 같은 예외에 포함될 수 있는 근로자들은 손쉽게 전직이나 자영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여 고용불안을 크게 느끼지 않는 근로자들이어야 한다.

그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박사학위 소지자 및 기술사가 일률적으로 예외 대상에 포함된 것 및 정부 통계 기준상 전문가로 분류된 자들 중 일정 소득 이상의 자가 예외 대상에 포함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이 전직이나 자영업을 영위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다소 나은 사정에 처해 있다고 해서 이들을 예외 대상에 포함시킬 규범적 이유는 전혀 없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에 대해서 보면, 대부분이 박사학위 소지자들인 대학교수들에 대해서도 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마련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해서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방침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시행령상의 예외 범위는, 사회적으로 전직 및 자영업 영위가 용이하다고 인정되는 일부 전문 자격자 소지자 중 일정 소득 이상의 자로 대폭 축소되어져야 할 것이다. 일정 시기 동안만 전문적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 등 한시적으로만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기간제법에 이미 예외 사유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이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지금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행령안에는 “다른 법령에 의하여 사용 기간을 법 제4조제1항과 달리 정하는 경우” 및 “국가안전보장에 직결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도 예외 대상으로 인정되어 있는데, 이것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에 직결된 업무’라고 하는 것은 그 범위가 불분명하고, 다른 법령에 사용기간을 달리 정하기만 하면 기간제법의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현재 기간제교원은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의해 최장 3년까지 임용될 수 있어 이들은 기간제법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결국 위 규정들에 의할 경우 정부 스스로 수많은 예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위 시행령안에 위와 같은 문제점이 많이 있지만, 노동계가 위 시행령안을 비판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와 같은 예외의 광범위한 확대를 비판하는 것이 기간제법에 규정된 원칙, 즉, ‘2년 이상 초과 근로시 무기계약화’라고 하는 방침을 찬성하는 것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그런 원칙이 그 자체로는 나쁠 것이 없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고용불안으로 내몰고 일부 근로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결과는 노동계가 익히 주장해 온 것처럼,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주기적 대량해고’인 것이다. 따라서 위 시행령안이 정부가 스스로 공언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정부의 ‘보호’ 방안 전체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 더 이상 실효성 없는 정책을 고집스럽게 유지하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로서도 이제는 ‘사유제한’이라는 근본적 대책을 잠시 유예하고서라도 현실적인 고용 보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당장 현실화될 비정규직 해고 사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 시점에서는 기간제를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고용종료시에는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방안(결국 대학교원도 그런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판례상 인정되는 기간제 보호방안도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는바(노동사회, 2007. 4.호 참조), 그런 방안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대안 마련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3. 파견제법 시행령

파견법 시행령안의 주요 내용은, △파견대상업무의 확대 △사용사업주의 파견사업주에 대한 정보 제공 △과태료 부과 기준 등이다. 파견법에서도 과태료는 1인당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파견대상업무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표준업분류의 대분류 및 중분류상으로는 3개의 업무가 늘어났지만(29개 업무), 세세분류상으로는 51개의 업무가 늘어났고 그에 해당하는 노동자수는 약 40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총 187개의 업무에 대해 파견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번에 포함된 업무에는, 창작 및 공연예술가 업무와 영화‧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가 업무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일반사무보조원과 사무용기기 조작원 등의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시행령안이 확정될 경우 문화예술 부문과 사무직에서 파견노동자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업무를 과연 파견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 바, 재고되어져야 할 것이다.

4.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 지침

노동부가 법무부와 함께 마련하여 발표한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수급인 등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도급인 등이 직접 고용한 것으로 추정해서 처리하고(수급인의 형해화로 인한 도급인의 직접고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급인 등의 실체가 인정되면 도급인 등이 근로자에 대해 지휘ㆍ명령을 행하는지 여부를 살펴서 파견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수급인이 ‘인사노무관리의 독립성’이나 ‘사업경영상의 독립성’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한 경우에는 파견으로 인정하여 수급인의 독립성 여부를 기준으로 파견여부를 판단하였다. 그러나 그런 기준은 도급인의 직접 고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유용했지만 파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되지 못했다. 결국 파견 여부는 도급인 등이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지침은 그 점을 잘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침에 ‘종합적 판단’을 할 것이 명시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순서대로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 판단이 왜 필요한지 의문인 바, 그것이 근로자파견과 도급 기준을 애매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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