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노동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준안 언론노조 위원장이 23일 사건의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신학림 전 위원장이 반박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는 등 사건의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언론노조는 최근 드러난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 위원장 명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과 진정의 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서류를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수사를 의뢰한 부분은 단순 회계처리 미숙이나 규약위반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는 의혹들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 회계담당 직원의 횡령 의혹을 포함해 영수증 미처리 등 회계 전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자체 진상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체 검증은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는 만큼 소모적 논쟁과 불필요한 오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에 대해 적절한 내부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200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신학림 전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과했으나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언론노조 조합비 운영 실태와 관련한 입장’을 통해 신 전 위원장은 “총무국 직원 A씨의 조합비 횡령 건에 대해서는 총체적인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동아일보> 등이 보도한 ‘불투명하게 사용된 1억5천만원’에 대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조합비 집행 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미비로 관행에 따른 지출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조합비를 횡령하거나 착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저를 비롯한 전임 집행부는 조합비를 노조 활동과 관련 없는 사적인 용도로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앙집행위에 제출된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단 한 통의 확인 전화도 받은 바 없다”며 “(4기 집행부는) 저를 비롯한 당사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소명기회를 주거나 만나서 자세한 설명이나 해명을 들었어야 했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노조가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해 민주노동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이 있듯이, 민주노동당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여부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라”고 공격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동당과 언론노조가 고의적으로 검은 돈거래를 했다면 도덕적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요, 타락한 신종 노정 유착 행위이자, 민주노동당 스스로 정당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김형탁 대변인은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했지만 민주노동당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없고,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세액공제사업을 통한 후원금 모금에 충실했고, 관련 영수증은 중앙선관위에 있으며, 당 역시 정치자금을 수수한 바가 없다”며 “한나라당에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정당 존재 이유 부정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고의적으로 돈거래를 해도 존재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뜻이냐”고 반문하며 “이미 고의적 돈거래가 드러난 한나라당은 지금 당장이라도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공박했다. 민주노동당은 긴급 자체 점검 결과 언론노조 회계부정 의혹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일 언론노조 4기 집행부는 업무인수 인계를 위한 회계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총무국 직원 A씨가 조합비 약3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언론노조는 또 이 과정에서 전임 집행부가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약 1억5천만원 상당액을 집행한 사실도 밝혀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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